美 IT 업계의 끝 모를 '비상'

[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정보기술(IT) 업체가 기업의 수요 증가와 넘쳐나는 투자금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금융위기 당시 투자를 꺼렸던 기업들이 막대한 유보현금으로 데이터 저장 설비 같은 컴퓨터 하드웨어에 돈을 쓰기 시작했다고 20일(현지시간) 전했다.IT 업체들이 앞다퉈 발표하는 기업실적은 깜짝 놀랄 정도다. 세계 최대 반도체 메이커 인텔은 19일 올해 1ㆍ4분기 순익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 2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실적 개선에 힘입어 인텔 주가는 20일 전일 대비 7.8% 급등했다.

IT 기기 제조업체 IBM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7.7% 늘었다. 주당순이익(EPS)은 2.41달러(약 2600원)에 이르러 시장 전망치인 2.3달러를 웃돌았다.

20일 장 종료 후 발표된 애플의 1분기 순익은 59억9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30억7000만 달러보다 무려 95% 증가했다. 이에 애플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3% 이상 올랐다.IT 업계의 실적 개선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 것은 다른 기업들이다. 기업이 마침내 컴퓨터 장비에 돈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유가 급등으로 생산비용이 증가하자 기업들은 노후 설비를 고효율 장비로 교체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IBM의 하드웨어 판매는 19%, 인텔의 경우 개인용 컴퓨터(PC) 칩과 하드웨어 부문 매출이 32% 늘었다.

이런 탄탄한 실적에 이끌려 막대한 자금이 실리콘밸리로 흘러들고 있다.

전미벤처캐피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실리콘밸리로 흘러들어간 벤처캐피털은 218억 달러로 지난 12년 사이 최저 수준을 기록한 2009년의 183억 달러보다 크게 늘었다. 이는 3년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기도 하다.

올해 1분기 벤처캐피털 역시 70억 달러를 웃돌아 전년 동기 대비 76% 급증했다.

IT 업체의 주식도 인기다. 미국의 비상장 주식 거래소인 셰어스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90일 간 IT 업체 비상장 주식 거래는 300건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경우 20건에 불과했다.

투자자가 몰리면서 IT 업체의 몸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소셜네트워킹 업체 페이스북의 시장가치를 500억 달러로 평가했다.

트위터의 경우 시장가치가 지난해 12월 37억 달러에서 최근 77억 달러로 급증했다.

대형 은행들도 IT 열풍에 편승하기 위해 나섰다. JP모건체이스는 지난 2월 '디지털 그로스 펀드(DGF)'를 출범시켰다.

IT 업체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투자자를 선별하는 새로운 풍속도 나타났다. 선택 받은 사람들만 투자할 수 있다는 뜻인 '벨벳-로프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와 기업을 연결해주는 웹사이트 앤젤리스트는 "지난해 투자하겠다고 나선 3000명을 돌려 보냈다"면서 "수익에만 관심 있는 투자자들을 배제하는 게 신생업체 보호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음악파일 공유 프로그램인 냅스터 공동 창업자에서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변신한 숀 패닝은 "모든 투자자가 동등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전문지식을 갖춘 자만이 우리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해수 기자 chs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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