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망]기습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은?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지금으로부터 60년전인 1951년 5월의 현리 전투. 우리 군은 미국의 군사원조 덕에 상대보다 압도적인 화력과 장비를 보유한 상태였음에도 고작 1개 대대 정도의 중국군이 배후(오마치 고개)에 나타났다는 이유만으로 1개 군단이 순식간에 붕괴됐다. 그 과정에서 군단장은 비행기타고 도망갔고 사단장 등은 계급장 떼고 사병들 틈 속에 숨어 달아났을 정도로 혼비백산했다.

도망간 군 지휘관들은 이전까지 혁혁한 무공을 세운 인물들이다. 그들은 이전의 영천대첩(군단장)과 춘천대첩(사단장)의 주역들이었다. 기습을 당하면 누구나 겪기 마련인 심리적 공황상태를 겪게 되고 이는 뼈아픈 패배로 이어진다. 속된 말로 무방비 상태로 뒷통수를 맞으면 제 정신을 차리가 어렵다.4월 옵션만기를 앞둔 이번 주. 좁은 박스권에서 움직이던 코스피지수가 연이틀 급등락을 했다. 외국인에만 기대어 상승하던 지수는 12일,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서자 힘없이 급락했다. 옵션 마기를 앞두고 프로그램 매도까지 쏟아지면서 낙폭은 더욱 확대됐다. 5일과 10일선 등 단기 이동평균선들이 힘없이 무너졌다.

다음날인 13일. 외국인은 여전히 팔았지만 지수는 직전 날 낙폭을 대부분 만회했다. 순매수 주체는 개인뿐이었고, 그나마 순매수 규모도 600억원대에 불과했지만 '팔자'세도 강하지 않았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 일부 실적호전 대형주가 급등하면서 지수도 막판 큰 폭으로 올랐다.

한 차례 좁은 박스권을 제대로 휘저은 후 지수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지난해 11.11 사태 이후 옵션 만기일은 언제나 투자자들에게 껄끄럽다. 예기치 않은 매물 폭탄이 또 터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강력한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다행히 최근 이틀간의 급등락으로 만기일인 오늘 부담은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상승장에서 쌓여온 비차익 매수 분이 주초 급락장에서 상당부분 매물로 나왔기 때문이다. 만기일 변수를 중립으로 놓고 봤을 때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실적과 외국인이다. 전날 외국인의 도움 없이 빠르게 낙폭을 만회했지만 기관, 특히 투신권에서 매물이 계속 나오는 현실에서 외국인 없이 상승 추세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 기조가 당장 바뀌진 않을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다만 속도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장세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각이 여전히 긍정적이라면서도 환차익 매력 감소 여부 및 단기성 자금의 차익실현 가능성은 잔존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지진 이후, V자로 반등한 글로벌 주요증시에서 기술적인 부담감은 공통적으로 누적됐고, 환차익을 주로 겨냥했던 일부 외국인투자자들이라면 단기적인 차익실현 욕구가 상존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옵션 만기일을 맞은 이날 장세에 부담이 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3월 이후 외국인 매수세는 현물시장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서도 유사한 궤적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만기일 및 정책회의 이벤트가 종료된다면 외국인들의 방향성도 보다 명확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일본지진 이후 글로벌 캐리트레이드 지수는 총량적인 유동성이 크게 감소하지 않을 시점이며, 원화의 상대적인 저평가 환경은 외국인들의 관심도를 유지시킨다"고 분석했다. 만기일 이벤트가 지나면 다시 '사자'세로 돌아설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철강·화학·자동차·기계·조선 등 핵심종목군들에 대한 압축화가 최우선 대응 전략이라고 권고했다.

옵션 만기일이라는 무시할 수 없는 이벤트가 있지만 증시의 영원한 테마, 실적을 염두에 둔 전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전날 지수를 끌어올린 현대차 3인방과 하이닉스 등은 모두 실적호전 기대주들이다. 만기일 수급에 의한 급등락이 기습이라면 실적은 탄탄한 전력 자체다.

우리투자증권은 "어닝시즌이 본격화되며 실적이라는 변수가 주가수익률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익개선이 지속되는 종목으로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기업들의 1분기 이익전망치가 하향조정되고 있지만, 업종별로는 뚜렷한 차별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송경근 애널리스트는 "분기 말을 지나면서 실적의 윤곽이 대부분 드러나는 시점에 이어서 이익전망치의 조정이 실제 발표치와 상당히 유사할 가능성이 높고, 당분간 업종별 이익전망치의 변동이 투자판단에 있어서도 중요한 참고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1분기 이익전망치가 상향조정된 업종은 보험, 에너지, 조선, 제약, 은행, 화학, 음식료 등이며, 이들 업종들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이익모멘텀을 형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어닝시즌별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이익모멘텀이 개선되는 가운데 주가가 업종대비 낮은 밸류에이션 수준에 머물고 있는 종목군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양호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네 번의 어닝시즌 동안 이처럼 저평가된 실적호전주는 모두 코스피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특히 지수가 조정을 받는 국면에서도 상대적으로 견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이날 새벽 뉴욕 증시는 소폭 상승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0.06%상승한 1만2270.99를 기록했다. S&P500지수는 0.02% 오른 1314.41로, 나스닥지수는 0.61% 상승한 2761.52를 기록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부지출 감소 및 조세인상안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공개한 베이지북이 향후 경기 전망에 낙관성을 실어 준 게 호재로 작용했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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