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인플레이션을 둘러싸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일반 국민들 사이의 괴리감이 커지고 있다.

경제 전문 방송 CNBC는 FRB가 미국의 인플레 압박이 크지 않다고 누누이 강조해왔지만 일반 국민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매우 우려할만한 수준이라고 12일(현지시간) 전했다.◆체감 물가 심각=국제 컨설팅업체 딜로이트가 일반 국민 10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본 결과 응답자 가운데 74%는 물가가 장기적으로 더 오르면서 소비지출은 줄 것으로 내다봤다. 43%는 미 경제가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답했다.

자산운용업체 글루스킨 세프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지출이 갈수록 가파르게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AP통신과 여론조사업체 GfK가 지난달 24~28일 공동 실시한 전화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66%는 가솔린 가격 상승으로 향후 6개월 간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소비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가솔린 가격은 최근 갤런당(약 3.785ℓ) 3.77달러까지 상승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4~9월 자국 내 가솔린 평균 가격이 3.86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년 동기의 2.76달러에서 40% 상승하는 셈이다.

응답자 중 71%는 가솔린 가격을 충당하기 위해 다른 소비재 지출은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될 수 있으면 차를 몰고 다니지 않겠다고 답한 이는 64%에 이르렀다. 53%는 기름 값을 아끼기 위해 여름 휴가도 가까운 곳으로 떠날 것이라고 답했다.

딜로이트의 매리 델크 이사는 "이것이 중산층이 느끼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들과 직접 접하는 유통업체 월마트의 빌 사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1일 "납품 단가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면서 "미국의 소비자들은 수개월 안에 심각한 인플레와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해 1ㆍ4분기 경제성장 전망치 하향=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로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기관이 줄 잇고 있다.

신용평가업체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급등에 따라 1분기 경제성장률 추정치를 당초의 2.6%에서 2.1%로 0.5% 포인트 내려잡았다. 골드만삭스는 3.5%에서 2.5%로 1% 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이보다 낮은 1.5%를 제시했다.

◆노동부 CPI, 실제 물가 반영 못해=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실제 물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제지표 분석 사이트 섀도스태츠닷컴은 1980년 이전 사용했던 CPI 산출 방식을 적용할 경우 2월 CPI 상승률이 연율 9.6%까지 치솟는다고 지적했다.

섀도스태츠닷컴의 운영자 존 윌리엄스는 "더블딥과 인플레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와 예상보다 낮은 경제 결과가 잇따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CNBC에 따르면 일부 FRB 위원조차 CPI가 불충분하다고 느낀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의 리처드 피셔 총재는 "FRB가 인플레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정책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해수 기자 chs90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