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논란, 다시 이승철이 떠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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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MBC '우리들의 일밤-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이하 나는 가수다)의 '김건모 재도전 논란'이 여전히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김건모, 이소라, 박정현, 백지영, 정엽, 윤도현, 김범수 등 실력파 가수들이 총출동해 노래 대결을 펼치는 '나는 가수다'는 지난 20일 방송에서 청중평가단에 의해 최하위로 결정난 김건모에게 느닷없이 재도전 기회를 주면서 논란을 야기했다.한마디로 방송 전부터 그들이 세우고 누누히 강조하던 룰을 스스로 깨버리는 '자기부정'에 빠진 것이다.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가수들을 순위 매기는 설정부터 시끌시끌했다. 제작진은 "예능으로 봐주길" 당부했다. 하지만 그들이 세운 룰마저 파괴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예능의 재미'를 선사하기는 커녕 불쾌함과 모욕감만 안겼다.

이런 가운데 몇몇 시청자들은 지난해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의 시초 격인 '슈퍼스타K2'의 심사위원 이승철이 한 말을 다시 떠올리고 있다.

이승철은 당시 강승윤의 지원서를 보면서 따끔한 조언을 했다. 지원서의 응시 동기에는 "나는 스타가 될 운명을 타고 났기 때문"이라고 적혀 있었다.이승철은 강승윤에게 "'스타'란 이름은 국민이 붙여주시는 거지 스스로 갖다 붙이는 게 아니다. 가수는 최대한 노력할 뿐이고 평가는 국민이 하는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는 가장 중요한 이 원칙을 내팽개쳤다. '국민가수'란 타이틀을 갖고 있는 김건모가 떨어졌다는 충격에, 정작 김건모를 '국민가수'로 만들어준 대중의 자존심과 권리는 뭉개버렸다.

애초에 특급가수들을 평가할 권리를 청중평가단으로 대표되는 대중에게 맡겼다면, 그리고 그것이 이 프로그램의 존재이유라면 이들의 평가에 순응하고 받아들였어야 했다. 하지만 순간 제작진과 가수는 가장 중요한 이 진리를 외면하는 우를 범했다.

'국민가수'의 명예는 동료 가수나, 방송PD나, 음악 평론가가 준 게 아니다. 대중이 부여했고 국민이 이를 인정했다. 대중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그리고 그 대중의 존재로 하여금 무대에 서고 방송을 할 수 있는 이들은 얼마나 더 대중 앞에서 겸손해야 하는 지 새삼 느낀 기회였다.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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