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대화국면 조성... 왜?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핵실험, 북주민송환 등 대립의 칼날을 접고 대화공세로 유턴하고 있다. 주민 31명의 전원송환을 요구하던 북측이 '27명 송환'을 전격수용하는 것은 물론 6자회담에서 우라늄 농축프로그램(UEP)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16일 "북한은 국제사회의 관심이 일본지진으로 돌아가자 국면전환의 기회로 삼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측 조선적십자회는 15일 대한적십자사 명의로 전통문을 보내 '해상을 통해 북한 주민 27명을 송환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전통문에서 현재 서해 상에 풍랑주의보가 발령돼 있다며 북측이 원한다면 16일 오전 판문점을 통해 (육로로) 27명을 송환할 수도 있다는 입장도 통지했다.

북측은 그동안 전원송환을 요구해왔다. 북측 조선적십자회가 보낸 전통문에는 "(귀순 의사를 밝힌) 4명에 대한 직접 대면 확인을 (남측이) 못하겠다는 것은 귀순 의사 표시가 완전 날조이며 유인 납치라는 것을 말해줄 뿐"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10일 종료된 한미 키리졸브연습과 관련해 대남압박카드로 사용한 주민송환문제를 접은 것이다. 북측 역시 전원송환을 빌미로 27명의 수용을 무작정 거부하기에는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 재개에 대해서도 유연한 태도로 전환했다.

북한 외무성은 15일 "6자회담에서 우라늄 농축프로그램(UEP) 문제가 논의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을 통해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러시아 외무차관의 방북결과를 전하면서 "조선 측은 전제조건 없이 6자회담에 나갈 수 있고 6자회담에서 우라늄 농축문제가 논의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 같은 입장은 최근 미국과 한국 정부가 UEP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기하려는 가운데 나왔다. 북한의 이러한 입장은 6자회담이 재개되고 논의 전개에 따라 미사일과 핵실험의 모라토리엄(일시중단)을 선언하고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의 복귀 등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 측은 조선반도의 긴장격화에 우려를 표시하고 북남관계 개선을 돕는 측면에서 러시아와 조선의 북과 남을 연결하는 철도와 가스관 부설, 송전선 건설 등 3자 경제협조계획이 전망성이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며 "조선 측은 3자경제협조에 관한 러시아 측의 계획에 지지를 표시하고 그 실현을 위한 3자실무협상제안이 나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용의를 표명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향후 러시아의 중개 속에 남북 관통 가스관 및 송전선 건설,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사업 등을 위한 논의가 남북 간에 이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협상을 하는 것은 그동안 보여준 협상단계"라며 "이번에 온탕으로 넘어갈 시점에 일본대지진으로 (자신들에게)관심을 보이지 않자 6자회담재개까지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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