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 통했다 아주그룹 父子

통나무 전봇대를 콘크리트로 바꾼 '문태식 정신'…문규영 회장, 50년전 창업주 이어 전신주 캄보디아 진출

아주그룹 창업주 문태식 명예회장(왼쪽)과 아들인 문규영 회장.

아주그룹 창업주 문태식 명예회장(왼쪽)과 아들인 문규영 회장.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아버지가 만든 50년 지속성장의 힘, 아들도 그 힘의 원천을 기억하며 나머지 50년을 이어간다'

올해 창립 51주년을 맞이한 아주그룹의 창업주 문태식 명예회장과 아들인 문규영 회장의 이야기다. 연 매출 1조4000억원 규모에 15개 계열사를 둔 아주그룹의 오늘을 있게 한 지속성장의 출발점이자 뿌리는 '전신주'사업이다. 현재는 건자재ㆍ건설ㆍ금융ㆍ부동산 사업 등이 핵심 성장동력이지만 그룹의 경영철학인 '개척자 정신'은 창업 초기 전신주 사업을 통해 시작됐다. 아버지인 문 명예회장은 1960년 서울 망우리 상봉동 6만6115.7㎡ 부지에 콘크리트 전신주 공장을 세웠다. 당시 50년 이상 묵은 큰 나무를 비싼 가격에 수입해 전신주로 사용했었는데 문 명예회장은 이를 콘크리트로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개척정신이 가져온 발상이었다. 마침 정부가 농어촌 전기보급 사업을 벌여 수요가 급증했고 큰 돈을 벌었다. 시장의 변화를 미리 예측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사업다각화에 성공해 그룹의 50년 지속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더 이상의 사업성이 없었다. 결국 90년대 전신주 사업은 접어야 했다.

문 회장이 전신주 사업을 부활시키면서 '원기(元氣)'를 깨우려 한다. 오는 21일 캄보디아 프놈펜시 인근에 위치한 아주산업 전신주 공장이 첫 가동을 시작한다. 전신주 사업을 접은지 20여년 만이다. 아들인 문 회장도 아버지의 개척정신을 그대로 빼닮았다. 2004년부터 그룹 회장을 맡아오면서 금융ㆍ부동산 사업까지 영역을 넓혀 회사를 양적ㆍ질적으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건설 경기 불황 등으로 그룹의 모태인 건자재 사업의 성장세가 주춤한 상태다. 문 회장은 국내에서 건자재 분야의 양적 성장은 더 이상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해외 진출을 하나의 방안으로 선택했다. 지난달 초에는 주흥남 아주산업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힘을 실어줬다.

이번 캄보디아 전신주 사업은 2008년 준공한 베트남 콘크리트파일 생산 공장에 이어 두 번째 해외 진출 성과다. 특히 캄보디아 전신주 공장은 2만6600㎡ 규모로 연간 전신주 4만톤을 생산할 계획이다. 전신주 공급을 시작으로 향후 침목, 기타 콘크리트 제품 등으로 판매군을 다양하게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나라가 1960년대 경제 개발 과정에서 수많은 전신주가 필요했듯이 캄보디아 등 신흥개발국가들도 이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캄보디아는 그 전초기지다.

문 명예회장이 전신주를 통해 이뤘던 성공 기반과는 그 영업범위가 다르다. 캄보디아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이 안착된다면 아시아권 전체를 무대로 확대가 가능하다. 이는 문 회장이 향후 100년 기업을 이루기 위해 핵심 사업군으로 선택한 건설ㆍ환경, 금융, 오토ㆍ레저ㆍ부동산 등을 지속 성장하게 만드는 튼튼한 뿌리가 될 수 있다.

문 회장은 올해를 맞이하며 직원들에게 "그동안 무수한 역경과 고난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개척자 정신'과 같은 강한 기업 문화가 내재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 개척자 정신이 전신주 사업을 통해 세대를 이어가며 그룹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김대섭 기자 joas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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