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데뷔일기]이선정⑭ 여섯 줄 기타에 토해낸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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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낡은 기타를 다시 손에 들었지만 눈물부터 흘렀다. 많은 걸 바라며 살아온 인생은 아니었다. 그저 사람이, 사랑이 그리웠다. 젊은 시절의 방황도, 일벌레나 다름없던 날들도 오직 지독한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돌아온 것은 차가운 배신. 이선정은 지쳐있었다. 팔다리의 마비보다 힘겨웠던 건 방향감의 상실이었다. 이 세상에 마음 기댈 사람 하나 없단 생각에 극심한 우울증까지 겪었다. 자살 충동은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왔고 한강 다리에 서기도 여러 번이었다.이번에도 살아야 한다는 마음을 준 건 음악이었다. 젊은 시절 좋아했던 노래를 다시 기타로 연주했다. 눈물 너머로 음악을 하는 순간만큼은 행복했던 예전 모습이 떠올랐다. 문득 욕심이 생겼다. '죽기 전에 내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다.' 자연스레 삶에 대한 의지도 피어났다.

우선 음악을 하면서 돈까지 벌 수 있는 방법부터 궁리했다. 홍대 인근의 한 식당을 인수해 라이브클럽인 '킹오브블루스'를 만들었다. 전신마비로 쓰러진 지 3개월 만인 2007년의 일이었다.

병원에 다니며 남는 시간에는 기타를 쳤다. 작사·작곡도 시작했다. 한 곡 두 곡씩 써나가며 정말 많은 눈물을 흘렸다. 간직한 아픔과 슬픔 모두를 토해내는 마음이었다. 어느덧 우울증에서도 조금씩 벗어났다.솔직히 처음에는 그저 이선정 이름 석 자가 적힌 앨범을 원했을 뿐이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앨범으로 '나'를 남기고 싶었다. 유작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했다. 우선 6곡 정도만 만들어 미니앨범을 만들자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주변 반응이 정말 좋았다. 지인들은 물론이고 음악 하는 선후배, 심지어 기획사를 운영하는 대표들조차 그의 노래를 듣고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 이왕 하는거 정식앨범을 내보자…” '뮤지션' 이선정은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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