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pan 산업을 재편하라 ③조선산업
[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한국과 중국에 밀려 세계 3위로 물러난 일본 조선업계가 생산 자동화와 신기술을 통해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업체간 합병 논의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세계 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회복되면서 글로벌 조선업계도 되살아나고 있지만 일본 조선업계는 엔 강세로 타격을 입으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술력 면에서 일본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한국과 값싼 노동력을 앞세운 중국 조선업체들에 뒤쳐진 일본 조선업체들은 생산 자동화를 통한 비용절감과 신기술 개발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일본 이시카와지마하리마중공업(IHI)의 조선부문 자회사 IHI마린유나이티드의 효고현 아이오이시 소재 조선소에서는 강판을 곡선화 하는 작업을 로봇이 대신하고 있다.
열을 가하고 식히는 과정을 반복해 강판을 곡선 형태로 만드는 이 작업은 숙련된 기술자 양성에 10년 이상 걸리는 매우 정교한 작업이다. 재료마다 구부려지는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자동화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현재는 숙련된 기술자가 이를 일일이 체크하고 있으나, IBI마린유나이티드는 이를 완전 자동화한다는 목표다.
IBI마린유나이티드의 노다 신 이사는 "재료의 특성과 공정 모양을 미리 입력하고, 가열 시간과 지점을 자동으로 계산하도록 하는 기능을 갖춘 로봇을 개발해 완전 자동화 할 것"이라며 "기술자의 손 뿐만 아니라 눈과 뇌까지도 갖춘 로봇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를 통해 약 2000만~3000만엔(약 2억7000만~4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일본 조선업체들이 엔 강세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는 일본 조선업체들이 해외 시장에서 더 많은 주문을 따내도록 도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쓰미시중공업의 미즈타니 가즈토키 아리아케 조선부문 담당자도 “로봇으로 대체한다면 비용절감 효과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실험결과에 따르면 로봇을 생산과정에 투입한 후 생산 효율성은 투입 전에 비해 30% 가량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전문가들은 다만 "일본 조선업체들이 지역 경제에 중요한 버팀목인 조선소 폐쇄나 대규모 정리해고를 꺼리고 있다"며 자동화 추진을 위한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상대적인 '강점'인 신기술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이미 액화천연가스(LNG)로 움직이는 선박을 개발했으며, 배의 바닥에서 기포를 만들어 물의 저항을 줄이는 방법으로 연비를 향상시키는 새로운 형태의 선박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일본 조선업체들은 높은 기술력에 의존해야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정교한 페인트 작업을 대신할 수 있는 인간형 로봇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철강업계의 대형 합병 발표에 탄력을 받아 조선업계에서도 합병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JFE홀딩스의 조선부문 자회사인 유니버셜조선과 IHI마린유나이티드는 합병 논의를 진행 중이며 다른 일본 조선업체들도 합병 논의에 참여할 전망이다.
미시마 신지로 유니버셜조선 사장은 "다른 조선소들이 (합병 논의에) 참여하는 것을 환영한다"면서 "IHI마린과 유니버셜조선 합병사에 참여하는 모든 업체들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용을 절감하고 에너지절약형 선박 투자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유니버셜의 두배 이상에 달하는 5000억엔 규모의 연간 매출을 올리는 조선업체를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JFE와 IHI는 2008년 조선부문 자회사 합병 논의를 시작했으나 평가액 결정에 합의점을 찾지 못해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양사가 합병하면 3월31일로 끝나는 2010년 회계연도 기준 매출으로 4000억엔에 달할 전망이다.
수십년간 세계 1위 자리를 지켜온 일본 조선업계는 수십계의 업체들이 경쟁하는 불리한 산업구조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몇몇 대형 업체들이 경쟁하는 한국에 2000년 1위 자리를 내줬다. 이어 2009년에는 중국에까지 밀리며 3위로 밀렸다.
조선ㆍ해운 전문 분석업체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10년 3분기에 일본은 총톤수 기준으로 세계 선박 생산량의 18%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이는 2001년 3분기(32%)의 절반 수준이다. 중국은 2001년의 6%에서 38%로 급증했고, 한국은 34%를 유지했다.
메릴린치 증권의 모리 다카히로 애널리스트는 “일본의 조선업도 유럽과 마찬가지로 쇠퇴의 길을 걸을 수 있다”며 “일본 조선업 전망은 끔직할 정도로 어둡다”고 지적했다.
미시마 유니버셜조선 사장은 "많은 일본 조선소들은 일본 조선업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혁신 없이는 대다수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수민 기자 hyu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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