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연 비핸즈 대표 "난 2세경영인 아닌 전문경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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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2세경영인에게 '2세'란 꼬리표는 일종의 족쇄다. 잘하면 '2세니까', 못하면 '2세면서'란 말을 듣는다. '깜냥이 부족한데 회사를 물려받았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깔려 있다.

이런 생각에 반기를 드는 사람이 있다. "난 2세경영인이 아니라 전문경영인"이라고 잘라 말하는 그는 박소연 비핸즈(舊 바른손카드) 대표다. 비핸즈는 1970년 설립된 바른손카드가 모태다. 박영춘 창업자 겸 회장은 국내 카드산업을 일구며 회사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러나 자신감이 지나쳤을까. 팬시ㆍ문구 쪽으로 사업을 넓히던 중 만난 외환위기는 직격타가 됐다. 본업인 카드만 남긴 채 나머지는 매각해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박 대표는 비핸즈가 부활의 날갯짓을 퍼덕이던 지난 2009년 대표직에 올랐다. 박 회장의 뜻이었다.

"당시 회장님이 부르시면서 '딸이 아니라 전문경영인으로 오라는 거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평소에도 '가족이라고 회사 경영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잘하는 사람이 경영하는 게 맞다'고 말씀하시곤 했어요. 저도 같은 생각이었기 때문에 대표직에 올랐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지금 회사 입장에서 필요한 것이라고 봤거든요."

아무리 그래도 2세는 2세. 말로만 전문경영인이라고 해봐야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중요한 건 실력이다. 박 대표도 그걸 잘 알고 있다. 그가 취임 직후부터 제2의 도약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이유다. 가장 먼저 손댄 부분은 올 초 단행한 사명 변경이다. "당시 바른손이란 사명을 두고 예전 관계사와 법적 분쟁을 겪은 후였어요. 회사 내부를 재정비하고 글로벌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사명부터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했고 오랜 고심 끝에 현재 비핸즈(B hands)로 결정했어요."

새로운 이름으로 시작하는 올해는 회사의 외연을 넓히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설립한 미국 지사가 올해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다. 판매망을 전 세계로 넓히는 신호탄이다. 박 대표는 "문구강국인 일본이 외환위기 전까지 진입하지 못했던 나라가 우리나라뿐일 정도로 우리는 산업 경쟁력이 있다"며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이제는 밖으로 진출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꿈이 크다. 산업미술을 전공한 미술학도인 그는 단순한 카드 판매가 아닌, '예술의 대중화'를 꿈꾼다. 최근 인쇄특허를 획득한 판화 기술을 제품 디자인에 적용한 것도 그래서다.

"저희 기술을 사용하면 원본에 근접한 수준의 퀄리티로 카드, 달력, 청첩장 등을 만들 수 있어요. 손으로 만져보면 질감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명화를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 셈이지요."

"여전히 모든 게 낯설고 쉽지 않다"며 손사래를 치면서도 그는 회사 성장을 자신했다. 경영인으로서의 자신을 믿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경영은 개인의 취미생활이 아니다. 대표가 된다는 건 책임져야할 것이 많아진다는 의미"라며 "경영에 '올인'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기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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