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심정 실감나게 그렸습니다"..'소설 무소유'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법정스님으로부터 무염(無染)이라는 법명을 받고 제자가 된 소설가 정찬주씨. 그가 법정스님에게 신라 토기를 선물한 적이 있었다. 토기에 꽃을 꽂아 법정스님 방에 놓으면 어울리겠다는 생각에 준비한 선물이었다. 토기를 받아든 법정스님이 그에게 말했다. "무덤 속에 있어야 될 게 밖으로 돌아다니고 있네. 중이 저잣거리를 어정거리는 건 문제가 있는 겁니다. 내가 있어야 될 곳은 산중이라는 말이죠. 무염거사의 자리는 어디시겠소?"

법정스님과 20여년을 함께 보낸 그는 이처럼 법정스님을 만나 들었던 주옥같은 말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꼼꼼히 메모해두었다. 그는 이 메모들을 한 데 모아 책을 내기도 했다. 1954년 법정스님이 출가를 결심했을 때부터 지난해 입적 전까지, 법정스님의 일대기를 그린 책 '소설 무소유'가 그것이다. 한 사람의 일대기를 책으로 낸다면 먼저 그 주변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듣기 마련인데, 정씨는 책을 내기까지 그 누구도 만나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이 해둔 메모만을 참고해 책을 썼다. 좋은 글은 상상이 아니라 보고 들은 것 그대로 쓰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무소유 앞에 굳이 '소설'자를 붙인 이유는 법정스님의 심정을 좀 더 실감나게 묘사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소설이긴 하지만 책에 담긴 법정스님의 일화는 모두 실화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책에는 속인(俗人) 박재철이 효봉스님에게 법명을 받아 스님이 되기까지의 과정, 법정스님이 경남 통영시 미래사에 효봉스님을 모시고 행자 생활을 한 날들, 법정스님이 '무소유'를 썼던 서울 봉은사 다래헌에서 전남 순천 송광사 불일암으로 거처를 옮긴 이야기 등 법정스님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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