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오천축국전 속에 숨은 서정..혜초의 5언시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혜초가 인도 대륙을 동천축, 서천축, 남천축, 북천축, 중천축 등 5개 지역으로 나눠 돌아보고 남긴 기록인 '왕오천축국전'. 혜초는 723년부터 4년간 다섯 천축국과 페르시아 등 서역지방 곳곳을 다니며 보고 들은 것들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왕오천축국전에는 당시 사람들이 입고 있던 옷의 모습이나 건축물의 형태, 술을 잘 먹지 않는 풍속 등이 자세하게 담겨있다. 1181년 뒤 혜초의 여행기는 둔황 석굴에서 책 이름도 저자 이름도 없이 초라한 모습으로 발견됐다.

현지 견문록으로 알려진 이 왕오천축국전에는 견문 이외에 혜초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긴 5언시들이 숨어있다. 곳곳에 숨은 다섯 수의 시 덕분에 왕오천축국전은 다른 여행기와 달리 서정적 여행기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月夜瞻鄕路(월야첨향로)/浮雲飄飄歸(부운표표귀)/緘書參去便(함서첨거편)…. 혜초가 남천축에 있는 산 속 절을 바라보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서 쓴 5언시다. 풀이하면 '달 밝은 밤에 고향 길 바라보니 뜬 구름은 너울너울 고향으로 돌아가네. 그 구름 편에 편지 한 장 부쳐 보지만 바람이 거세어 회답이 안 들리는구나. 내 나라는 하늘 끝 북쪽에 있고 지금 이 나라는 땅 끝 서쪽에 있네. 일남에는 기러기마저 없으니 누가 소식 전하러 계림으로 날아가리'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히 묻어난다.

북천축에 있는 산 속 절에서 지은 시는 더 절절하다. 그 곳에서 공부를 하던 중국인 승려가 공부를 마친 뒤 고향으로 가려다 병을 얻어 입적했다는 얘기를 듣고 혜초는 이런 시를 남겼다. '고향의 등불은 주인을 잃고, 타향의 보물나무는 꺾였으니, 신령은 그 어디로 갔는가. 옥 같던 용모는 이미 재가 되었구나. 생각하니 가엾고 애달프도다. 그대 소원 못 이룸이 섧구나. 그 누가 고향 가는 길 알리오. 흰 구름만 덧없이 떠돌아가네'

오래 떠나 지낸 고향이 사무치게 그리울 때나 어려운 환경에 마주했을 때 마음을 가다듬으려 읊조린 혜초의 5언시. 오천축을 다니며 봤던 각 나라 사람들과 풍속 등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중간 중간 나오는 5언시에서 혜초의 문학적 소양이 엿보인다. 왕오천축국전을 읽어내려가면서 나머지 5언시들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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