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비밀계좌’, 외국 정부에 열린다

[아시아경제 조윤미 기자] 계좌공개를 거부해왔던 스위스 금융당국이 계좌공개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의, 스위스 계좌를 이용한 탈세 추적이 훨씬 더 수월해 질 전망이다.

16일 월스트리트저널,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보도에 따르면 스위스 재무부는 이날 “외국 세무 당국이 세금 탈루가 의심되는 사람의 계좌번호, 사회보장번호(주민번호), 신용카드 정보 등을 제시하면 스위스 계좌의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위스는 그동안 외국 정부의 세무 당국이 스위스내 계좌 정보 공개를 요구해도 계좌 주인의 이름과 주소, 신용카드 상세내역을 포함한 은행계좌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해 사실상 공개를 거부해왔다. 외국 정부가 스위스내 계좌정보를 얻기란 매우 힘들었다.스위스에서는 세금포탈은 범죄이지만, 탈세는 분류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외국 정부가 스위스 정부로부터 도움을 얻으려면 세금 포탈 의혹이 명백한 조세포탈범임을 입증해야한 했다.

세금 자문회사인 샤프켐PA의 미란 파텔 쮜리히 사무소장은 “과거 스위스는 세금 문제에서 도움을 주는 데는 문턱이 대단히 높았다"면서 "얻는 게 없는데 왜 신경쓰냐는 게 기본 생각이었다"고 꼬집었다.

스위스 정부가 이같은 개선조치를 마련한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조세포럼의 검토(review)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조세포럼 리뷰는 스위스가 조세회피를 범죄로 인정하는 것을 거부함에 따라 스위스를 비협조적인 조세피난처의 명단인 그레이 리스트(gray list)에 올린 시도에서 비롯됐다.

그레이 리스트에 오르면 20개국(G20)의 제재를 받게 된다.

제프리 오웬 OECD 조세국장은 “스위스의 이런 변화는 스위스 계좌를 통해 세금을 회피하려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더 이상 스위스가 세금회피를 위한 은밀한 은행이 아니라는 강력한 신호임을 알리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윤미 기자 bong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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