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수순 돼버린 건설사 '워크아웃'

"알짜 사업지 매각 재개 발판 잃어..주택시장불황도 고려해야"
은행권 부실 PF대출 규모 작년에만 5조 더 늘어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황준호 기자, 박민규 기자, 문소정 기자, 정선은 기자] # 재작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돌입한 중견 건설업체 A사는 지난해 인천지역의 알짜 택지지구 아파트 건설사업을 포기해야 했다. 채권단이 자산매각을 통해 은행에 진 빚을 갚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A사가 보유하던 사업지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당시 분양성적이 꽤 괜찮았던 곳이다. A사는 결국 재기의 발판으로 삼으려했던 사업지를 매각해 채무를 변제했다.

# 토목공사 사업비중이 높은 B사는 지난해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려야했다. 나들목 공사 최종 낙찰자 선정을 앞두고 공사 이행보증서 발급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금융권 신용위험도 평가 결과 C등급(워크아웃 대상) 건설사라는 '주홍글씨'가 발목을 잡았다. 이행보증서가 발급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상 퇴출을 의미한다.회생을 위해 워크아웃에 돌입,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했던 건설사들이 속속 법정관리로 내몰리면서 업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법정관리는 기업이 자력으로 회사를 살리기 어려워 법원에서 지정한 제3자가 자금 등 기업활동 전반을 대신 관리하는 것으로 사실상 회사정리 수순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2009년과 지난해 금융당국의 주도로 건설사들이 무더기로 워크아웃 대상에 포함돼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1~2년 새 이들 중 4~5곳이 끝내 법정관리행을 택했다.시공능력순위 71위의 중견 건설사로 구조조정을 위해 강남 사옥까지 매각했던 월드건설도 워크아웃에 들어간 지 21개월 만인 지난 8일 끝낸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수면아래 가라앉아 있던 금융권 주도의 건설사 경영정상화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이 단기 채권회수에만 관심을 둬 알맹이만 까먹는다는 지적이다.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건설사들은 주택시장에는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부진한 은행권 신규 사업 자금지원에 공공발주마저 줄어 옴짝달싹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워크아웃 중인 C건설사 관계자는 "채권단이 유망사업지를 팔라고 해 결국 워크아웃 기업은 자잘한 사업을 갖고 기업회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해당 건설사 입장에서는 우량사업을 해야 회생이 가능한 것이어서 워크아웃 이행약정(MOU)을 맺은 건설사와 채권단과 지난한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워크아웃 건설사끼리도 입장이 갈리기는 한다.

토목공사 비중이 높은 D건설사 관계자는 "주택 건설 비중이 높은 워크아웃 건설사들은 사실상 성장동력을 잃어 예견됐던 수순을 밟고 있다"며 "추가적인 재무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신규사업 진행을 채근할 수 밖에 없는 채권단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워크아웃 기업들이 신규사업을 해야 장기적으로 먹을거리를 찾아 기초체력을 튼튼히 할 수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공통적인 입장이다. 결국 주택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고강도 구조조정만을 강행해 기업을 회생시키겠다는 금융권의 보수적인 전략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해선 금융위원회 기업재무개선정책관은 "불필요한 자산 매각은 반드시 필요한데 그 자산이 핵심자산이냐 아니냐는 채권은행과 잘 협의를 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지원만 받고 자산을 다 갖고 가고 싶겠지만 오히려 회생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부실 부동산 PF대출 규모는 지난해에만 5조원이 더 늘어 6조2000억원에 달한다.



김민진 기자 asiakmj@
황준호 기자 rephwang@
박민규 기자 yushin@
문소정 기자 moonsj@
정선은 기자 dmsdlu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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