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포럼] 잭 웰치는 6년간 고민했는데…

연초 금융업계의 화두는 '승계' 또는 '경영자 교체'라고 할 수 있다. 신한, 우리 그리고 하나금융지주 등 대표적 금융기관의 최고경영자(CEO)가 공백이거나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최고경영진 3인 사이의 권력 다툼이 검찰 고발로까지 이어지면서 브랜드 명성에 상당한 훼손을 입힌 바 있다. 이어 새로운 CEO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권력다툼 제2라운드가 재현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이팔성 회장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회장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새로운 CEO를 물색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회장뿐만 아니라 계열 금융기관 CEO도 새로 선임하게 되므로 금융계가 들썩일 정도로 규모가 크다. 이 회장의 연임가능성과 새로운 유력 후보의 부상이 연일 언론에 거론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부 지분이 가장 많은 금융기관인 만큼 CEO 선임과정에서 기관의 자율성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나금융지주는 "이사회 멤버의 70세 연령제한 및 임기단축"등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오는 3월 임기만료를 앞둔 김승유 회장 스스로 해외 선진 금융기관의 승계관리 및 지배구조 모범 규준 등을 참고로 하나금융에 맞는 규준을 만들어볼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CEO 주도로 승계 및 지배구조의 원칙을 수립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금융기관과 차별화된다.

CEO 승계관리에서 베스트 프랙티스로 손꼽히는 기업은 제너럴 일렉트릭(GE)이다. GE에는 경영자관리담당부서(EMSㆍExecutive Management Staff)가 있다. 부사장급 책임자와 최고 엘리트로 구성된 EMS가 하는 일은 가장 유망한 경영자 육성을 위한 평가와 승계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1974년 레지널드 존스 회장은 EMS에 CEO 후보군을 선발하라고 지시한 이후 1980년 잭 웰치를 차기 CEO로 결정하기까지 6년이 걸렸다. 96명의 최초 후보군에서 12명, 3명 등으로 좁혀졌으며 이들에게는 매년 까다로운 프로젝트와 해결과제가 주어졌다. 3~6명으로 축약되면 CEO의 인터뷰가 두 차례 진행되는데 한번은 불시에, 한번은 충분한 준비기간을 주고 실시한다.

불시에 진행되는 인터뷰는 비행기 내에서 CEO와 일대일로 이뤄지므로 일명 '비행기 인터뷰'로 불린다. EMS 역시 이들을 인터뷰하고 과거 기록을 토대로 평가하는데 평가 기준은 리더십, 공정성, 객관성, 일관성, 카리스마, 결단력, 분별력, 재치, 지적 능력, 위임ㆍ개입의 균형여부, 대인 판단능력, 자아ㆍ자기관리, 성과의 공유, 장기적 안목, 강인성 등 15가지 기준이 적용된다. 최종적으로 후보들은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기술하는 자기소개서를 쓰게 되는데 이것 또한 평가에 큰 영향을 준다고 한다. 잭 웰치가 차기 CEO 제프리 이멜트를 선발하는 과정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쳤으며 6년6개월이 걸렸다. 물론 지나친 경쟁을 유발해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CEO 한 명이 결정되면 나머지 후보들은 회사를 떠나는 등의 부작용이 지적되기도 하지만 GE의 정교한 승계 관리는 배울 점이 많다.

우리나라 기업에 있어 승계는 특수성을 지닌다. 소유와 경영이 일치된 기업, 즉 오너가 경영을 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며 또한 이들의 승계는 가족 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기관의 승계 관리는 선진 시스템의 적용이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 김승유 회장의 '승계관리 시스템 구축' 주도는 시작이 늦었다는 한계에도 주목받을 가치가 있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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