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發 주택시장 훈풍, 어디로 갔을까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분양일정을 일단 미루긴 했는데 정확히 언제라고 얘기하기가…”(A건설사 주택사업부 관계자)
부동산시장에서 민간분양의 씨가 마르고 있다. 올 상반기부터는 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내다봤던 건설사들도 막상 새해를 맞고는 입장을 바꿨다. 특히 장기화된 시장침체로 전년도 분양물량을 올해 초로 미뤘던 건설사들은 더욱 상황이 급박해졌다.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3월 사이 분양계획을 잡아놓은 전국 총 36개 사업장 가운데 31곳은 일정을 다시 조율하고 있다. 가격이 저렴하고 입지가 뛰어난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좀처럼 수요자들의 관심이 신규 분양시장으로 옮겨붙지 않는 시장상황이 찬물을 끼얹고 있는 탓이다. 다가오는 설 연휴와 계속되는 한파 등의 영향도 있다.
물론 분양시장에서는 보름 안팎 일정이 미뤄지는 경우는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한달에서 분기까지 일정을 변경하는 것은 여느 때와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 업계 등의 분석이다.
오는 2월 경기도 일대에 분양계획을 잡아놓은 A건설사 관계자 역시 “회사 사정으로 일정이 변동되는 것은 극히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다들 새해 첫 사업이다 보니 아무래도 매를 먼저 맞아보겠다는 곳이 없다”고 털어놨다.실제 지난해 성동구 일대에서 일반분양분을 포함한 총 1800여가구를 선보일 예정이었던 B사는 일정을 올해 2월로 조정했지만 최근 들어 다시 3월로 연기했다.
오는 2월 김포에서 800여가구 분양계획을 세웠던 C사도 일정을 5월로 내다보고 있다. 가라앉은 시장 분위기 탓에 홍보활동을 더 하면서 시장을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반등기미를 내비쳤던 지방도 상황은 비슷하다. 오는 3월까지 부산과 광주, 울산 등에 위치한 총 15개 분양예정 사업장 가운데 예정달에 분양이 이뤄질 곳은 단 한곳도 없다.
충남 일대에 분양을 준비하고 있는 D사 관계자는 “지난 가을, 부산에서 시작됐다는 주택시장 훈풍은 이제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세종시와 관련된 지역이 아닌 곳은 다시 싸늘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이 뽑는 가장 큰 원인은 몇 년째 쏟아지고 있는 공공주택이다. 실제 지난해의 경우 총 공급량의 47%가 공공물량이었으며 이들 대부분은 좋은 입지와 경쟁력있는 분양가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올해 역시 연초부터 서울 강남과 서초 등에 보금자리주택이 공개되면서 민간물량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써브 연구원은 “2010년 3월부터 침체에 접어든 시장에서 공공주택과 민간주택간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됐다”며 “지난 하반기에 이어 올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주택전문건설업체 관계자는 “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공공물량으로 건설사들이 내놓는 물건들은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며 “정부도 공공물량 공급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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