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삼성자동차 채권환수 소송 항소심에서 법원이 "삼성 측은 채권단에 위약금 600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삼성차 채권단은 삼성생명 상장차익 8776억원 가운데 6000억여원을 위약금으로 받을 수 있게 된다.
서울고법 민사16부(이종석 부장판사)는 11일 서울보증보험 등 14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삼성자동차 채권단이 "삼성 측은 삼성차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손실 보전을 약정했음에도 제때 돈을 지급하지 않았으므로 위약금과 지연손해금을 줘야한다"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28개 삼성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낸 약정금 등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이 회장을 제외한 삼성 계열사들은 연대해 채권단에 위약금 6000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1999년 삼성차 경영이 악화되자 이 회장과 삼성 계열사들은 삼성생명 주식을 처분해 2조45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보전해주기로 채권단과 합의했다"면서 "삼성 계열사들은 이 회장이 삼성차 손실 보전과 관련해 삼성차에 증여한 삼성생명 주식을 합의서에서 정한 2000년 12월31일까지 처분하지 않았으므로 위약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차가 삼성생명 상장 뒤 손실보상금 2조4500억원 전액을 현금으로 지급받은 점, 삼성생명 주식은 상장 뒤 처분해야만 제값을 받을 수 있었는데 2007년 4월 생명보험회사 상장기준안이 마련된 뒤 상장하기까지 일정기간 준비가 필요했던 점, 2001년 1월1일부터는 채권단 측도 주식 처분 권한을 가졌음에도 삼성 측에 주식 처분을 전적으로 의존한 점, 삼성 계열사들의 채무는 상사채무가 아니라 민사채무에 해당하는 점 등 감액사유를 고려했다"고 했다.
이어 "주식을 처분해 손해보상금을 지급했어야 하는 다음날인 2001년 1월1일부터 2007년 4월 삼성생명 상장기준안이 마련된 뒤 주식 처분이 가능했다고 보이는 시점(2008년 4월)까지의 기간 동안 이율 연 5%를 적용해 산정한 6000억원을 삼성 측이 채권단에 지급해야 할 위약금으로 정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차 채권환수 소송은 1995년 자동차 사업에 진출한 삼성이 1999년 삼성차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이 회장은 당시 채권단 손실 보전을 위해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내놓으면서 삼성생명을 상장해 삼성차가 채권단에 진 빚 2조4500억원을 갚고 추가손실이 발생하면 자신과 삼성 계열사가 보전키로 채권단과 합의했다.
이후 삼성생명 상장이 지연되고 주식 매각도 진전이 없자 채권단은 채권소멸 시한을 20여일 앞둔 2005년 12월 이 회장과 삼성전자, 제일모직, 삼성물산 등 28개 삼성 계열사를 상대로 부채 2조4500억원과 연체이자 2조2880억, 위약금 등을 포함해 5조2000억여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2008년 1월 "이 회장과 삼성 계열사는 채권단이 이미 매각한 110여만주를 제외한 삼성생명 주식 233만여주를 처분해 채권단에 1조6300억원을 갚고 연체이자 6800억여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으나, 채권단과 삼성 측이 모두 불복해 항소하면서 사건은 항소심 재판부로 넘어갔다.
지난해 5월 삼성생명이 부채 원금 기준인 주당 7만원을 넘는 공모가 11만원에 상장되면서 채권단은 원금을 모두 회수했지만, 상장차익 8776억을 누가 가져갈 건지에 대한 문제가 남게 됐다. 채권단은 지난 11년간의 연체이자로 상장차익을 가져가겠다고 주장했고, 삼성 측은 1999년 이 회장이 채권단에 주식을 넘길 당시 연체이자에 대한 아무런 약정도 하지 않았다며 맞섰다.
사건을 맡은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채권단과 삼성 측에 삼성생명 상장차익 8776억원을 사회에 환원하는 조정안을 제시했으나 양측이 모두 거부하면서 조정이 불성립됐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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