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단상]경험을 소비하는 시대와 PC의 미래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

[CEO단상]경험을 소비하는 시대와 PC의 미래
최근 대형마트의 '저가피자'와 '통큰치킨'의 판매로 유통업체와 치킨업계 간에 마찰이 촉발되며 세간의 화제가 됐다. 결국 '통큰치킨'의 판매를 중단하기로 하며 논란은 일단락 됐지만, 사람들의 뜨거웠던 관심은 소비자들의 기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여운을 남겼다. 필자는 이 사건을 보며 소비자들이 단지 싼 가격으로 피자와 치킨을 맛볼 수 있는데 매료된 것만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장보는 공간에서 얻은 재미, 수량이 한정된 피자를 얻었다는 희열, 저렴한 가격의 질 좋은 치킨을 먹는 만족감 등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극대화시킨 것이라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통큰치킨'은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파는데 성공한 것이다.

필자가 '경험'에 초점을 두고 생각한 이유는 이것이 현재 필자가 몸담은 업계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며 우리가 새로운 경험을 창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스마트폰, 태블릿 PC를 비롯한 다양한 모바일 디바이스의 등장이 PC업계에 거대한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이들 역시 소비자들에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큰 반향을 일으켰고 관련 분야의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그래서 혹자는 머지않아 PC는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우려를 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는 기존의 PC가 앞으로도 퍼스널 미디어 기기의 중심역할을 해나갈 것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현저히 향상되는 프로세서의 성능과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PC 업계 종사자들의 다양한 도전들이 PC의 중요성을 증가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필자는 PC는 사라지지 않고 성능 중심적으로 더욱 발전해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가트너는 '태블릿 PC로 인해 기존의 PC 시장이 영향을 받을 것이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PC를 필수품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고성능, 고화질의 완벽한 컴퓨팅 환경을 즐기기를 원하는 수요도 여전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모바일 기기가 PC를 대체하기에는, 일상 속의 너무나 많은 복잡한 일들이 PC를 통해 수행되고 있다. 이미 역사나 생물학 등에서 3D 기술이 접목된 교육 프로그램이 등장했고, 고사양 PC에서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들이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앞으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가 휴대성에 주안을 두고 발전된다면, PC는 작업의 빠른 처리나 동시다발적 업무를 수행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고성능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진화해갈 것이라 예측된다. 인텔이 프로세서 성능 향상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성능 프로세서는 최적의 컴퓨팅 경험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각종 디바이스의 활용도를 높이면서 소비자들의 경험을 다양화하고 컴퓨팅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새로운 모바일 기기가 등장하면 할수록 PC의 중앙관리적 역할이 커질 것이라 예상된다. 지금도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PC와 연동이 필요하고, 앞으로 더욱 복잡하고 혁신화된 모바일 기기들이 등장한다면 PC가 할 일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현재 한창 연구가 진행중인 의과학 분야를 살펴보면 복잡한 기술일수록 고성능 PC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군사용과 재활을 목적으로 하는 착용 로봇인 '외골격 로봇'이 개발 중에 있으며, 뇌손상 환자의 TV 시청과 원격기계팔 작동 등의 활동을 지원하는 뇌이식칩인 '브레인게이트' 기술이 등장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고성능 PC와 최첨단 칩이다. 그리고 이런 U-헬스 분야는 이제 일반화를 앞두고 있다. 만약 PC가 없어진다면 모바일 기기의 사용가치도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등장으로 PC 시장이 힘든 시기를 맞고 있다는 점은 필자도 동의한다. 하지만 PC가 선사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의 거대한 잠재력을 본다면, PC가 이 땅에서 사라지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PC의 진화를 위해 필자를 비롯한 업계 종사자들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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