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최대 30% 폭락 예상
[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부동산 및 고용 시장이 최근 회복 신호를 보이던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더블딥 우려가 증폭되고 있고, 실업 공포로 인해 소비 심리도 급랭했다.
미국 주요 20개 도시를 대상으로 하는 스탠다드앤푸어스(S&P)/케이스-쉴러 10월 주택가격지수는 전년동기 대비 0.8% 하락하면서 2009년12월 이래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18개 도시에서 주택 가격이 떨어졌는데, 애틀랜타가 2.1%의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고 시카고와 미니애폴리스도 1.8% 내렸다. 덴버와 워싱턴만 상승세를 보였다.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12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전월 대비 1.8포인트 하락한 52.5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56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기대 지수는 전월 73.6에서 71.9로 하락했고, 현 상황 지수도 25.4에서 23.5로 떨어졌다. 반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는 응답은 46.3%에서 46.8%로 상승했다. 일자리가 충분하다는 응답자는 4.3%에서 3.9%로 줄었다.전문가들은 소비 심리는 갈수록 개선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부동산 시장은 너무 작아져서 내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없겠지만, 은행권에 심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주요 20개 도시 중 애틀란타, 샬럿, 마이애미, 포틀랜드, 시애틀, 탬파 등 6개 지역의 10월 주택가격은 2006년 이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데이비드 블리처 S&P 지수위원회 회장은 “주택 가격은 계속해서 빠질 것”이라면서 “주택 시장이 더블딥에 근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역시 “10월 주택 가격 하락률은 9월보다 크다”며 “주택 시장이 이미 더블딥에 빠졌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주택 가격이 빠지고 있는 이유는 수요보다 공급이 월등히 많기 때문. 올해 미국 압류주택은 지난해 90만채보다 많은 120만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리서치 기관 헤지아이는 주택재고(지난달 기준)가 모두 청산되기 위해서는 11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마이클 메이어 이코노미스트는 “그림자 재고(압류 예정인 주택)까지 포함할 경우 재고주택은 720만채에 달할 것”이라면서 “이는 재고주택을 모두 판매하기 위해서 21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모기지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주택 수요는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헤지아이의 대릴 존스 애널리스트는 “은행권의 강화된 대출 기준과 높아진 선불 수수료 탓에 수요 증가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주택 가격이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존스 애널리스트는 주택 가격이 15~30% 폭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전문 사이트 질로우의 스탠 험프리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5~7%의 가격 하락을, 부동산 조사업체 리얼티트랙의 릭 샤르가 부사장은 5%를 예상했다.
한편 실망스런 경제지표로 달러는 약세를 나타냈다. 특히 스위스프랑의 가치는 장중 한때 달러당 0.9435스위스프랑까지 치솟으면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 밖에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원자재 수출국인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의 통화가 강세를 나타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금값 역시 7주래 최대 상승폭을 보이며 1400달러를 회복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2월분 금 선물은 온스 당 1405.60달러를 기록했다.
조해수 기자 chs90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