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0.67% 주식 알박기?

삼성전자, 삼성전자서비스 감자 절반의 성공

[아시아경제 정호창 기자]삼성전자가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의 지분 100% 확보를 위해 추진했던 감자 계획이 일부 개인주주들의 주식매각 거부로 결국 '반쪽짜리 성공'에 그치고 말았다.

삼성전자서비스는 21일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유상감자 결과 최대주주인 삼성전자 의 지분율이 83.33%에서 99.33%로 올라갔다고 밝혔다. 발행주식수는 감자 전 720만주에서 604만599주로 줄었다.당초 삼성전자서비스가 지난달 11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결정한 감자안은 최대주주인 삼성전자 지분을 제외한 소액주주들의 보유 주식 120만2주를 전량 매입해 소각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감자 기준일인 지난 13일까지 삼성전자서비스가 매입에 성공한 주식수는 115만9401주(지분율 16.11%)에 그쳤다. 당초 계획에 비해 4만601주(지분율 0.67%) 매입에 실패한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는 "주식을 보유한 일부 개인주주들이 매각에 동의하지 않아 원래 계획된 감자안에 못 미치는 주식을 소각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삼성전자서비스가 이번에 소각한 자사주의 매입가격은 주당 2만원으로 장외시장 거래가인 1만6000원~1만7000원보다 17~25% 가량 높다.

따라서 주식 매각을 거부한 주주들은 이보다 높은 가격을 원하거나 다른 특별한 목적 때문에 삼성 측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우에 따라 고작 0.67%의 지분이 알박기(?)성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지분율이 1% 미만이라 상법상 소수주주권은 행사할 수 없지만 단독주주권을 활용해 각종 소송으로 회사에 '딴지'를 거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번 자사주 소각에 232억원의 비용을 들여 100% 자회사를 만들려 했던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입맛이 쓰게 된 셈이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이번 유상소각 대금으로 회사에 쌓아뒀던 상법상 배당가능이익(246억원, 2009년말 기준)의 94%를 소모했다.

당초 삼성전자서비스가 유상감자 계획을 금융위원회에 신고하며 밝힌 감자사유는 '과다 자본금 축소'였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 이유일 뿐 실상은 소액주주들의 증시 상장과 배당 요구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회사 관계자는 "소액주주 지분은 회사 설립 초기 직원들에게 우리 사주 형태로 배정된 물량이었는데 그 동안 한번도 배당을 하지 못해 주주들의 불만과 상장 요구가 많았다"며 감자가 추진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서비스는 지난 2007년까지 영업손실을 기록했기에 상장요건을 충족시킬 수 없었다. 결국 누적된 이익잉여금을 털어 개인주주 지분을 사주고 이를 소각하는 유상감자안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비상장기업 주식을 오래 보유한 구주주에게 금전보상을 해준다는 명분도 얻고 향후 불만을 제기할 주주 자체를 없앨 수 있는 해결책이었다. 경영활동과 관련된 일체의 잡음을 원치 않아 노동조합도 허용치 않는 '삼성 스타일'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그러나 지분 100%의 완결함을 원했던 삼성의 시도는 결국 0.67%의 '찜찜한 불씨'를 남긴 채 끝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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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창 기자 ho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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