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손(祖孫)가정에 더 많은 배려와 관심을

평균나이 73세 고령의 할아버지(또는 할머니)와 살고 있는 손자손녀들. 이혼한 부모는 연락이 끊긴 지 오래다. 이들 조손(祖孫)가정의 가구당 평균 수입은 월 59만7000원. 3가구 중 1곳은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한다. 조부모의 80% 이상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교육비, 양육비도 없고 학습을 지도할 능력도 없다.

이런 조손가정 손자녀들의 꿈은 무엇일까. 진학일까. 아니다. 전국 중학생의 고교진학률이 99%를 넘어서는 나라이지만 조손가정의 중학생은 다르다. 진학을 생각하는 학생은 절반에 불과하다. 대신 취직이나 직업교육을 원한다.이 같은 조손가족의 생생한 현실은 여성가족부가 65세 이상 조부모와 만 18세 이하 손자녀로 구성된 전국 1만2750 조손가구를 실태조사한 결과다. 경기가 살아나고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어섰다고 호들갑 떨지만 우리 사회에 그늘지고 소외된 지대가 엄존하고 있는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깊어지는 빈부격차와 양극화의 단면이다.

조손가구를 특수한 경우로 보고 가볍게 넘긴다면 큰 잘못이다. 외면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무엇보다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95년 3만519가구에서 2005년 5만8101가구, 올해는 6만9175가구(추계)로 급증세다. 쉽게 이혼하는 세태, 늘어나는 맞벌이 부부가 불러온 사회적 현상이다. 이들 중에 결식아동도 있고 소녀가장도 있다.

조손가정 초등학생의 으뜸가는 희망사항은 '가족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였다. 다음은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었으면' '내 마음을 알아 주시면' '부모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의 순이다. 어린 그들이 겪는 아픔과 외로움, 소외감이 절절히 전해져 온다. 한층 심각한 문제는 조손가정 청소년들의 '미래'다. 꿈을 펼칠 경제적 여력도 없고 학습능력이나 의욕도 떨어진다. 성년이 돼도 빈곤의 늪에서 헤어나기가 쉽지 않다. 빈곤의 세습이다.

정부는 친서민을 외치고 정치권의 여야는 복지를 앞세운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조손가정만이라도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 사회적 배려와 관심으로 이들을 얽어매고 있는 빈곤의 사슬, 세습의 고리를 끊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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