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망]2007년과 2010년의 2000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불과 11포인트다. 옵션만기일을 급등으로 넘긴 증시가 한달음에 2000에 육박했다. 과열권이라는 우려가 여전하고, 주말을 앞둔 금요일이란 부담이 남아 있지만 단기간 내에 2000을 찍을 것이란 기대감 역시 높다. 다른 종목들이 모두 보합에 머물더라도 삼성전자 한 종목만 5% 올라도 가능한 게 2000이다.

이제 2000 돌파는 시기의 문제이지, 돌파 여부를 의심하는 전문가들은 찾기 힘들다. 1900대 후반은 과열권이라는 시각을 가진 전문가들도 현 추세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 포커스는 2000 돌파가 아니라 2000에 안착할 수 있냐 여부다.코스피지수가 처음 2000을 넘던 2007년 7월. 당시 종가 기준으로 2000을 고수한 날은 7월25일 단 하루에 불과했다.(당시는 장중 기준으로 2000을 넘어선 날도 단 3일이었다.) 이후 지수는 급락세로 돌아서 그해 8월 중순 1600대 초반까지 밀렸다. 그리고 다시 상승 랠리를 재개해 2007년 10월 2000을 재돌파했다. 하지만 이때도 2000을 넘어 마감한 날은 18일 정도에 불과했다.

종가 기준 2000은 다 합쳐도 20일이 안되고, 장중까지 확대하더라도 20여일밖에 안되는 게 2007년이었다. 그렇다면 이번엔 어떨까.

일단 밸류에이션 측면은 지금이 당시보다 낫다. 본격 2000에 도달했던 2007년 10월과 비교해 보면 현재 12개월 예상 PER는 9.5배 수준으로 3년 2개월전의 12.8배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 수급 측면에서는 의견이 갈린다. 전날 프로그램 순매수 규모는 6000억원에 육박했다. 현재 선물상황이 인덱스펀드들로 하여금 연말 배당을 받기 위해 선물에서 현물로 스위칭하게끔 하고 있어 올해도 연말까지 1조원 가량의 프로그램 순매수는 있을 것이란 분석이 있다.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과거 경험적으로 동시만기일 이후부터 배당락일 전까지 프로그램 매수세 규모는 1조원을 웃돌았다.

펀드 환매 압력이 여전하지만 최근 들어 펀드 설정규모가 늘어나고 있어 외국인에만 의존했던 수급상황이 호전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급격히 줄어든 거래량과 일부 대형주 중심으로만 움직이는 장 상황은 상승 기반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반증도 된다. 최근 거래량이 다소 증가했다지만 일부 소형주들이 최근 5거래일동안 전체 거래량의 50%를 차지했다. 미래산업 대영포장 등 거래량 50%를 차지한 5개기업의 시가총액은 전체의 0.05%에 불과하다. 이들을 제외하면 현재 거래량은 올해 평균을 크게 밑돌고 있다. 거래대금도 11월 옵션만기일 이후 감소 추세다.

일부 종목만 상승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11월 초 이후 증가한 시총 가운데 60%가 IT업종 몫이다. 그중에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다른 IT주들과 차별화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다른 업종도 선도주만 유독 잘 나가는 모습이다.

시장 에너지가 미흡하다보니 일부 선도주로만 매수세가 몰린 결과다. 대신 주도주들은 가격부담이 생겼다. 2000에 대한 심리적 부담에 차익실현 욕구까지 겹치면 단기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날 새벽 뉴욕증시는 다우지수만 소폭 하락하고 나스닥과 S&P500지수는 상승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2.42포인트(0.02%) 하락한 1만1370.06에 마감했다. S&P500 지수는 4.72포인트(0.38%) 오른 1233.00, 나스닥 지수는 7.51포인트(0.29%) 오른 2616.67을 기록했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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