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등 신흥국...의학·일반기계 제외한 철강·석유·화학·조선 등에서 약진
[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에 낀 ‘넛 크래커 위기’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넛 크래커 위기란 말이 나온 지 여러 해 됐지만 최근 신흥국들의 약진으로 산업적인 측면에서 위기감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이 30일 발표한 보고서 ‘글로벌 산업판 이동 넛크래커 위기는 이제 시작?’에 따르면 신흥국 기업들과 정부가 역할을 나눠 빠르게 산업재편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신흥국 기업들은 M&A(기업인수합병)를 통해 기술력을 확보하는 한편 정부는 산업클러스터 구축과 인재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다.
김경연 연구위원은 산업을 철강과 석유·화학, 의약, 조선, 자동차, 반도체·전기전자, 일반기계 등 7가지 부문으로 나누고 신흥국은 이 중 의학과 일반기계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철강 산업의 주도권은 이미 중국과 인도가 중심에 섰다. 김 연구원은 “중국은 1996년에 세계 1위의 생산국으로 등극했고, 인도 역시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에 이어 생산 5위 국가로 부상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두 나라는 기술과 설비 경쟁력이 다소 부족할 뿐 경제 성장 잠재력이 높고, 철광석과 석탄 자원이 비교적 풍부해 철강 산업이 급성장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석유·화학 부문에서는 선진국이 시장 수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신흥국이 내수를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 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김 연구원은 “중국의 시노펙은 2004년 매출액이 글로벌 상위 3개 기업의 4분의1 수준이었지만 불과 5년 뒤 3분2 수준으로 격차를 줄였다”고 말했다.
조선 산업은 우리나라가 신흥국에 가장 많이 위협 받고 있는 부문이다. 김 연구원은 “2008년 중국의 수주 점유율이 33%로 우리나라(43%)에 이어 2위로 부상한 뒤 올해는 근소한 차이로 우리나라를 앞섰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와 반도체·전기전자 부문은 신흥국의 약진이 시작하는 단계다. 김 연구원은 “완성차 시장에서 중국이 작년 자동차 1300만대 이상을 생산하며 이미 세계 1위 생산국으로 올라섰다”고 밝혔다. 또 반도체·전기전자는 인텔, 삼성전자, 도시바 등의 기업이 장악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 등 신흥국에 주도권이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한편 김 연구원은 의학과 일반 기계 부문은 선진국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당분간 이런 구도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흥국들로의 산업 쏠림 현상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신흥국들은 기술과 브랜드 확보를 위해 선진국 기업의 인수 합병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신흥국 정부가 기술 확보와 산업 육성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전기자동차, 신재생 에너지 등 미래 신성장 산업은 선진국이나 신흥국이 거의 동일한 출발선 상에 있다는 평가다.
끝으로 김 연구원은 “포춘 글로벌 500에 오른 기업들 중 중국 기업은 2004년 16개에서 5년 뒤 46개로 늘었고, 인도 기업은 5개에서 8개로 증가했다”며 “넛크래커라는 말이 나온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라고 밝혔다.
지선호 기자 like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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