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장밋빛' 필리핀 車시장, 현대·기아차는?

필리핀의 대표적인 대중 교통 수단 '지프니(Jeepney). 제2차 세계대전 후 남겨진 미군용 지프를 개조해 만든 차량으로 뒷부분에 좌석을 늘리고 외부를 화려한 색으로 치장한 것이 특징이다. 오늘날 필리핀 문화의 상징물로 여겨진다.

필리핀의 대표적인 대중 교통 수단 '지프니(Jeepney). 제2차 세계대전 후 남겨진 미군용 지프를 개조해 만든 차량으로 뒷부분에 좌석을 늘리고 외부를 화려한 색으로 치장한 것이 특징이다. 오늘날 필리핀 문화의 상징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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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필리핀)=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지난 25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 시내.

바퀴 세 개 달린 오토바이 '트라이씨클(tricycle)과 현지 대표적 교통수단 '지프니(Jeepney)'가 뒤엉킨 마닐라 교통 상황은 한마디로 '엉망'이었다. 체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느긋하기로 유명한 필리피노(필리핀 사람들)마저 조급한 마음에 경적을 울려댔다. 트라이씨클과 지프니를 제외한, 도로 위 자동차는 대부분 승합차와 택시였다. 멀쩡한 승용차는 찾기 어려웠다. 바로 이런 모습들이 필리핀 자동차 시장의 현 주소다.필리핀은 극심한 빈부격차로 승용차 보유율이 여전히 낮다. 승합차 위주로 판매 시장이 형성돼 있으며 특히 도요타와 혼다, 닛산, 스즈키 등 일본차 브랜드가 시장의 70% 이상 독식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자동차는 지난해 처음 시장 점유율 10% 벽을 뚫으며 3위로 선전하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은 어떨까. 필리핀 자동차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장밋빛으로 물들고 있지만 일본 브랜드의 독식과 중국차 공습 사이에서 우리 기업들도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필리핀의 대표적인 대중 교통 수단 '지프니(Jeepney).

필리핀의 대표적인 대중 교통 수단 '지프니(Jeep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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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실적 '신기록'..車시장 확대 이유는=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의 긴 터널을 벗어나 회복 추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필리핀 자동차 판매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필리핀 자동차제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자동차 판매는 12만7000대로 지난해 연간 판매 대수(12만9000대)에 근접했다. 추세대로라면 역대 사상 최고 판매를 기록했던 지난 1996년(16만2000대)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브랜드별로는 일본의 현지법인인 도요타 모터 필리핀(TMP)이 시장 점유율 33%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미쓰비시 모터 필리핀(20%)에 이어 우리나라의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사상 최초로 10%를 넘어 12.2%로 3위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필리핀의 자동차 판매 실적(2010년 1~9월 누계 기준)

필리핀의 자동차 판매 실적(2010년 1~9월 누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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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필리핀 자동차 판매량이 고공비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지 소비를 뒷받침하는 주체인 필리핀 해외근로자(OFW)의 송금이 올해 10% 가량 증가한 185억~19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구매에 긍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또한 올 상반기 필리핀 경제가 7.9% 성장하는 등 강한 회복세에 힘입어 구매력이 향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5월 실시된 선거(대통령ㆍ국회ㆍ지방)에 따른 특수와 정부 경기 부양책도 자동차 판매에 원군이 됐다.

◆현대·기아차, 일본 벽 허물어야=필리핀 자동차 시장은 일본과 미국계 차량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특히 일본차의 현지 조립 생산 비중은 55%에 이르고 나머지도 일본차 수입이 압도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일본차 비율은 전체의 72%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지난 주 찾은 마닐라 시내는 온통 일본차 브랜드 천지였다.
기아자동차 쏘렌토가 필리핀의 '올해의 차(Automobile of the Year)'에 선정됐다.

기아자동차 쏘렌토가 필리핀의 '올해의 차(Automobile of the Year)'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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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환경 속에서 우리나라의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사상 최초로 10% 시장 점유율을 넘었다.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이미지와 품질과 선호도 향상으로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어 앞으로 전망도 양호한 편이다. 현지서 만난 택시 기사는 "일본차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현대기아차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가 호의적"이라며 "특히 스타렉스 등 승합차 인기가 좋다"고 전했다.

하지만 앞으로 시장 진출 확대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상존한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한국 브랜드가 풀어야할 숙제인 셈이다.

지난 2008년 발효된 일본과 필리핀 간의 자유무역협정(JPEPA)에 따라 내년 말까지 일본산 자동차 부품의 수입에 대해 부과되던 관세는 철폐된다. 필리핀에서 조립 생산되는 일본 차량의 가격 경쟁력이 지금보다 더 월등해진다는 얘기다.
필리핀 마닐라 인근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금호타이어 광고판이 늘어서 있다.

필리핀 마닐라 인근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금호타이어 광고판이 늘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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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완성차가 수입되고 있고 대부분의 차량에 대해 30% 내외의 관세를 납부하고 있어 조립 생산이 절반을 차지하는 필리핀 시장에서의 일본 브랜드와의 경쟁은 더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도 최근 필리핀 자동차개발계획(MVDP)에 3개 업체 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 경계 대상이다.

코트라 마닐라 KBC 관계자는 "한국 차량은 고장 시 부품이 공급되기까지 1~2개월 소요돼 수리에 필요한 부품의 적기 공급이 미진한 상황"이라며 "중고차 가격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차량 구매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닐라(필리핀)=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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