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기업 국제상표제도 통한 중국진출 ‘활발’

2005년~2010년 10월 마드리드 국제상표출원제도 통한 1451건 중 중국 지정은 985건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국제상표제도를 통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중국진출이 활발하다.

24일 특허청에 따르면 우리 기업이 2005년~2010년 10월 사이 마드리드 국제상표출원제도를 통해 세계 각국에 상표 출원한 1451건 중 중국을 지정한 건 985건(지정율 67.9%)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출원된 308건 중 중국을 지정한 건수가 218건(지정율 70.8%)으로 우리 기업들이 국제상표출원제도를 통해 활발히 중국에 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 상표진출 때 유의할 점들=이처럼 중국에 대한 국제상표출원이 늘고 있으나 중국 상표제도는 출원단계에서 심사를 거쳐 등록되는 과정이 우리와 달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특허청 설명이다.

특히 우리는 심사과정에서 거절이유가 있을 때 출원인에게 의견제출 기회를 주는데 비해 중국은 곧바로 거절결정을 내린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 출원인이 중국 상표국의 거절결정에 불복하면 거절통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15일 내 상표평심위원회에 복심(심판)을 신청할 수 있지만 그 기간이 촉박해 대리인 선임 등 빠른 대응이 절실하다.

브랜드 네이밍에서도 신중히 대처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중국과 우리가 같은 한자문화권이지만 두 나라간 한자 발음과 뜻이 달라 브랜드 의미가 의도했던 바와 달리 전해질 수 있어서다.

한자를 한글 발음에 따른 알파벳으로 적어 출원할 때도 신중하지 않으면 중국인들이 단어 뜻을 알 수 없고 발음도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까닭에 특허청 관계자들은 중국에 상표를 출원할 때 브랜드 네이밍에 각별히 주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현재 쓰는 상표를 그대로 중국에 출원하면 등록은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상품품질의 우수성 여부를 떠나 현지에서 상표로 인기를 얻지 못할 수 있는 까닭이다.

◆외국의 브랜드 네이밍 사례=외국의 브랜드 네이밍 사례를 보면 독일의 자동차회사인 Volks Wagen(폭스바겐)은 ‘大衆’(중국어 발음 : 다종)이란 이름으로 원래 발음과 전혀 다른 창작을 통해 대중적 인기를 얻으려는 뜻이 있는 단어를 썼다.

미국의 스포츠용품제조사인 NIKE사는 중국시장에 나가면서 ‘耐克’(중국어 발음 : 나이커)로 브랜드 네이밍을 했으나 발음이 영어와 비슷하고 한자 뜻이 내구성이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돼 중국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줬다.

이처럼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시장에 나가면서 중국어로 된 브랜드 네이밍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건 발음이나 의미상 중국소비자들에게 영어로 상표를 이해시키기 어려워 외국기업 이미지만 돋보이게 할 뿐 중국인들에게 좋은 느낌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중국에 상표출원을 하면서 최우선적으로 중국인들에게 친숙한 단어를 고르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모기업이 중국시장에 나가면서 자동차이름을 ‘千里馬’로 한 건 강하고 오래 달릴 수 있는 말(馬)을 나타내는 단어를 자사브랜드로 써서 중국인들에게 친근감 있고 강한 인상을 줄 수 있었다.

비슷한 예로 이마트(易買得 : 중국어로 이마이더), 오리온(好麗友 : 중국어로 하오리요우) 등은 각각 쉽게 살 수 있는 곳, 친근하고 아름다운 벗의 뜻을 갖고 있다. 따라서 중국에서 통할 수 있는 좋은 어감과 뜻을 담고 있으면서 상표로서 식별력도 갖춰 브랜드 네이밍의 성공사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중국어로 네이밍할 때 우리나라에선 좋은 뜻의 단어가 반드시 중국인들의 호감을 산다고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중국 진출 땐 이렇게 하라=특허청 상표디자인심사국 이영대 국장은 “중국어로 브랜드 네이밍을 할 때 단어가 중국에서 부정적 뜻을 포함하거나 발음상 오해를 살 소지가 있는지 네이밍전문가와 협의하거나 중국현지인 자문을 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사례로 ‘百世’(오랜 세대)와 ‘白事’(장례식)는 전혀 다른 뜻이지만 중국어로 모두 ‘바이스’로 발음돼 중국인들에게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견해다.

따라서 ‘百世’는 될 수 있는 대로 쓰지 않는 게 좋고 우리와 전혀 다른 뜻으로 쓰는 ‘先輩’(선배 : 중국에서 더러 죽은 사람을 뜻함) 또한 쓰기에 알맞지 않는 단어임을 알아두면 브랜드 네이밍 때 도움될 것이란 제언이다.



왕성상 기자 wss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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