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지팡' 안상수..親李·親朴 협공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또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대포폰 재수사를 둘러싸고 친이명박계인 정두언 최고위원과 공개 설전을 벌인데 이어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 문제로 친박근혜계와 마찰이 계속되는 등 각종 현안마다 당내 반발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 친이ㆍ친박계 모두에게 협공을 받는 모습이다.

친박계 서병수 최고위원은 23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대표가)박근혜 전 대표에게 충청권 지명직 최고위원에 친박 후보를 추천해 달라고 직접 말했다"며 "그래서 우리가(친박) 강창희 김학원 전 의원과 이완구 전 충남지사를 추천했는데 갑가지 적절한 해명도 없이 윤진식 의원으로 바꿨다"고 성토했다.전날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을 둘러싸고 안 대표와 충돌한 것에 대한 배경 설명이다. 서 최고위원은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참모인 윤진식 의원을 충청권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하려하자 "약속 위반"이라며 당무 거부를 선언한 뒤, 퇴장한 바 있다. 서 최고위원은 안 대표가 청와대의 요구에 따라 윤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임명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그는 "정상적인 당청관계를 팽개치고 청와대의 거수기 노릇만 할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서 최고위원이 '당무 거부'라는 배수진을 치며 안 대표를 압박하면서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당 안팎에서는 당직 인선을 놓고 한 동안 잠잠하던 친이계와 친박계간 갈등이 재점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들린다. 하지만 당 고위 당직자는 "서 최고위원이 추천한 인사 모두 다른 최고위원들이 반대해 상정하지 못한 것"이라며 "(추천한)그 분들만 고집하는 서 최고위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당 일각에서는 당직 인선 갈등은 안 대표가 자초한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앞서 안 대표는 지난 7월 취임 직후에도 당직 인선 문제를 둘러싸고 홍준표 최고위원과 갈등을 빚었고, 지명직 등 당직 인선 문제를 놓고 다른 최고위원들과 마찰이 계속돼 왔다. 때문에 지난 7ㆍ14 전당대회를 통해 당 지도부가 선출되고, 넉달 넘게 최고위원 2석이 공석인 상태다. 감세 문제를 둘러싼 당내 갈등에 있어서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이다. 정 최고위원이 거듭 감세 철회를 요구하면서 감세 철회 논의를 지시한 뒤 하루 만에 '없던 일'로 물러섰다. 그러나 감세 논란이 확산되면서 '최고세율 구간 신설'을 골자로 한 절충안을 제시해 당내 경제통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특히 안 대표는 지난 10일 최고 중진시도지사 연석회의에서 정두언 최고위원에게 공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청와대 행정관이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에 대포폰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터져 나온 직후다. 정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가 당 중심의 국정운영을 말했고, 초반에는 잘 지켜지는 것 같았지만 다시 당이 정부에 끌려 다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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