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최인철호, 졌지만 희망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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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객원 기자]아쉬운 패배였다. 그러나 한 차원 높아진 한국 여자 축구의 가능성을 볼 수 있는 한 판이었다.

최인철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축구 여자 대표팀은 20일 오후 8시(한국 시각) 텐허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한과의 준결승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1-3으로 패배, 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이로써 한국은 22일 오후 4시 30분 중국과 동메달 결정전을 갖는다. 한국은 지난 18일 중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둔 뒤 조 1위를 결정하기 위한 승부차기에서 8-7로 승리했던 바 있다.

비록 패했지만 한국 여자 축구의 성장과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세계랭킹 6위의 북한은 2006 아시안컵 우승을 비롯, 2002년과 2006년 아시안게임을 2연패했던 세계 수준의 강팀.

더군다나 역대 전적에서도 1승 1무 8패의 절대열세를 보였던 북한을 상대로 한국은 경기를 연장까지 끌고 가며 결코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갖췄음을 증명해 보였다.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체력을 앞세운 전방위적 압박을 펼친 북한에 다소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조별리그에서 북한보다 한 경기를 더 치러 체력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있었지만, 대표팀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북한의 공세를 잘 막아냈다. 2년 전 동아시아대회에서 북한을 상대로 0-4로 무기력하게 패했던 당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선제골 이후 꾸준히 한국을 몰아붙였지만 추가골을 넣지 못했던 북한은 결국 경기 종료 10분여를 앞두고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졌고, 이에 한국은 지소연과 전가을을 앞세워 막판 공세를 펼친 끝에 후반 43분 유영아가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가져갈 수 있었다.

비록 연장전에서 북한의 라은심에게 통한의 결승골과 추가골을 차례로 내주며 패했지만 이날 ‘태극 낭자’들의 플레이는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이전까지 일본, 북한, 중국 등 동아시아 3국과 호주에 밀려 세계는 물론 아시아축구의 변방에 밀려있던 한국은 이들을 상대로 연이어 명승부를 펼치면서 달라진 한국 여자 축구의 기량을 과시했다.

최인철호는 지난달 피스퀸컵 결승에서 2010 아시안컵 우승국 호주를 2-1로 꺾고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고, 아시안게임에서도 중국에 0-0 무승부를 거둔 뒤 승부차기에서 승리했다. 그리고 전대회 우승국이자 아시안컵 준우승국 북한과는 연장 접전끝에 아쉽게 패하면서 한국 여자 축구가 세계 수준에 근접했음을 보여줬다.

특히, 최인철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후 단행한 세대교체가 아직 진행중이고, 현 대표팀이 모인지 2개월도 채 안되었다는 점에서 최인철호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팀이다. 2~3년 뒤에 U-17 월드컵 우승의 주역 여민지, 김아름, 신담영 등까지 성인대표팀에 합류해 더욱 강한 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 지금의 패배보다는 미래의 승리를 기대해야 하는 이유다.

22일 중국과 동메달 결정전을 갖는 한국이 승리할 경우 1990년 여자 축구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사상 첫 메달 획득에 성공한다. 이전 최고 성적은 4위(1994,2002,2006)였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객원 기자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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