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연(왼쪽)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객원 기자]한국 여자 축구의 달라진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최인철 감독이 이끄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대표팀이 18일 중국 광저우 유니버시티타운 메인 스타디움에서 열린 A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홈팀 중국을 상대로 0-0 무승부를 거뒀다.한국은 조별리그 2승 1무로 중국과 동률을 이뤘고 골득실(11득점 1실점)까지 같아 조 1위를 결정하기 위해 치른 승부차기에서 9번째 키커까지 가는 접전 끝에 8-7로 승리하며 조 1위로 4강에 진출했다.
그러나 중국전 승리는 단순한 무승부나 조 1위를 차지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 여자 축구의 달라진 모습을 재확인했다는 점이다. 중국전 무승부로 대표팀은 최인철 감독 부임 후 6경기 연속 무패(3승 3무)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그 과정 속에서 유럽선수권대회 준우승국 잉글랜드(세계랭킹 9위)와 무승부를 거뒀고, 2010 아시안컵 우승국인 호주(11위)에겐 2-1로 승리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중국(14위)에 승부차기 승리를 거두면서 최근 한국의 선전이 반짝 상승세가 아님을 증명해 보였다.이러한 선전의 배경에는 최인철 감독이 부임과 동시에 단행한 과감한 세대 교체가 있었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최인철 감독은 박희영, 전가을, 홍경숙 등 기존 베테랑과 함께 U-20 여자월드컵 3위의 주역인 지소연(한양여대), 김나래(여주대), 문소리(울산과학대) 등을 전격 발탁, 신구 조화를 이룬 역대 최강의 대표팀을 구성했다. 이는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열린 피스퀸컵 우승이란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1990년 이후 20여년 동안 이어져 온 '공중증 극복'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도 고무적이다. 이번 대회 전까지 한국은 중국과의 역대 A매치 전적에서 1승 1무 22패의 절대 열세를 보여왔다. 유일한 승리였던 2005년 동아시아대회 2-0 승리 이후 이번 대회 전까지 치른 중국과의 9경기에서도 1무 8패로 현격한 전력 차를 보여왔다.
비록 중국은 최근 세대교체에 실패, 전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아시아 여자 축구의 강국으로 손꼽히는 팀이다. 그런 중국을 상대로, 더군다나 이날 경기장을 찾은 수만명의 중국 홈관중이 일방적인 응원을 보낸 가운데서도 흔들리지 않고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 심리적 압박감이 강한 승부차기에까지 승리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특히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해 본 경험이 적은 한국 선수들로서는 더욱 그렇다.
지난 U-20 여자월드컵 준결승에서 홈팀 독일을 상대했던 지소연은 "그렇게 많은 관중 속에서 경기해 본 것도 익숙지 않았고, 독일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에 기가 눌린 것도 사실이었다"고 고백했었다.
김나래 역시 당시의 어려움을 회상하며 "다시 붙고 싶은 팀을 꼽으라면 독일이다. 대신 국내에서 많은 홈관중 속에서 경기해 복수하고 싶다"라고 말할 정도로 익숙치 않은 대관중의 일방적 응원은 큰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경기 내용도 합격점을 받았다. 지소연-박희영(고양대교)-전가을(수원FMC) 삼각편대를 앞세운 한국의 공격은 중국 수비진을 수 차례 혼란 속으로 몰아넣었고, 중원에서는 강한 압박과 빠른 패스 플레이로 쉽게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다. '여자 홍명보' 홍경숙(고양 대교)도 수비를 굳건하게 했다.
중국전을 통해 달라진 한국 여자 축구의 힘을 보여준 최인철호는 20일 오후 8시 텐허 스타디움에서 북한과 결승 진출을 놓고 맞대결을 펼친다.
당초 최인철 감독이 바랬던 최상의 시나리오 역시 준결승에서 북한을 꺾고 결승에서 일본을 만나는 것이다. 체력 위주의 투박한 경기를 펼치는 북한보다는, 조직력과 기술이 뛰어나고 빠른 패스 위주의 세련된 플레이를 구사하는 일본이 좀 더 까다로운 상대이기 때문.
만약 한국이 결승에 진출한다면 최소 은메달을 확보, 아시안게임 사상 첫 메달 획득에 성공한다. 1990년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여자 축구에서 결승전에 올랐던 팀은 중국, 일본, 북한 3개국 뿐이었다. 한국의 최고 성적은 4위(1994, 2002, 2006)였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객원 기자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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