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토 베르간티 교수 "디자인 혁신이 성공 부른다"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애플과 닌텐도의 성공 키워드는 바로 '디자인'입니다. 이들은 기술 중심이 아닌 디자인 중심의 '급진적 혁신'을 통해 성공했습니다."

로베르토 베르간티 교수는 10일 KTB투자증권 주최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디자인이 이끄는 혁신(Design-Driven Innovation)' 강의에서 "비즈니스 세계에서 디자인은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창조해 소비자들에게 '의미 있는 혁신'으로 작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르간티 교수는 몇 년 전 애플과 닌텐도가 그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자들로 하여금 어떻게 '사랑하게' 만드는지 호기심을 가지면서 디자인과 혁신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닌텐도가 경쟁사 대비 2배 이상의 매출을 거두게 된 것은 기술과 성능 때문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이 사랑하게 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경우 디자인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베르간티 교수는 "마이크로소프트나 소니 등 경쟁업체들은 게임 콘솔을 사용하는 10대들을 연구해 그들이 열광하는 '가상현실'을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췄으나, 닌텐도 위는 오히려 '실제 상황'을 통해 사용자들이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하게끔 만들었다"고 말했다.그는 "사용자들이 '게임기가 아닌 닌텐도'라는 '의미를 부여하게 만드는 디자인'을 통해 의미의 혁신을 가져온 경우, 소비자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사랑하게 된다는 점, 충성도가 높아진다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이론이 금융 서비스에서는 어떻게 적용될까. 금융기관과 상호작용 할 때도 성능과 실적 보다 더 중요한 것 있다는 설명이다. 역시나 '의미의 혁신'이다.

캐냐의 한 이동통신사는 은행계좌가 없는 사람들도 휴대폰을 통해 자금을 거래할 수 있도록 코드를 설계했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1000달러를 이 이동통신사에 입금한 후 해당 코드를 다른 이에게 넘기면 다른 지역에서 그것을 전해 받은 사람이 인출할 수 있는 식의 서비스를 제공한 것. 캐냐에 은행계좌보다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 많다는 점에 착안한 포맷의 혁신이었던 셈이다.

미국의 한 회계 소프트웨어사 역시 경쟁 업체들이 회계업무의 완벽한 완성을 내세웠다면, 사람들이 회계 업무를 재미없어하고 힘들어 한다는 점에 착안, "회계관리 하기 싫다면 우리 걸 써보라"는 모토로 사용하기 간단하고 오락적 요소도 가미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베르간티 교수는 이 역시 의미의 혁신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금융 부문의 전문적인 용어들을 대부분 비전문가인 소비자들이 두려워하고 어려워하기도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훌륭한 기능을 가진 '연금 상품'을 통해 조금 더 높은 이율과 안정적인 자금관리를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이들은 결국 '은퇴 후의 삶이 행복하기 위해' 금융사를 찾는다는 점을 염두에 두라는 조언이다. 고객에게 "나라는 사람을 이해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가지게끔 하면 고객들은 차별적인 로열티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베르간티 교수는 "그라민(GRAMEEN) 은행이 대출을 위해서는 담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종전의 관념을 담보가 없는 빈곤층에게도 대출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바꾼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좀 더 진화된 사례로 키바(KIVA)를 들었다. 키바의 경우 웹사이트를 방문해 내가 돈을 빌려줄 상대를 선택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는 금융투자회사들이 브로커로서의 기능을 하거나 지점거래에서 단지 인터넷거래로 영역을 확장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 간의 네트워킹과 소통을 가능하게 해 줄 수도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는 분석이다.



김유리 기자 yr6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