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회장 '쓸쓸한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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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정 기자]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30일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공식 사퇴했다.

라 회장은 사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아쉬움이 없느냐는 질문에 "제가 할 것은 다 했다"고 말했다"며 "직원들에게는 앞으로 따로 얘기할 기회를 가질 것"이라며 발언을 자제하고 떠났다. 국내 '금융의 역사'라 불리는 최대 금융그룹 수장으로 51년을 지내온 라 회장의 뒷모습은 그동안의 세월에 걸맞지 않은 불명예에 한껏 움추린 모습이었다.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51년간의 은행원 인생을 접고 30일 공식 사임했다. 그의 최고경영자(CEO) 인생만 은행장 8년, 부회장 2년, 회장 9년 등 20년. 은행권에서는 전무후무한 일이다.

라 회장은 그야말로 신한금융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선린상고 출신으로 1959년 농업은행에서 은행원 생활을 시작한 뒤 대구은행, 제일투자금융을 거쳐 1982년 신한은행 창립멤버로 입사했다. 그는 고졸이라는 학력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뚝심과 배짱을 내세워 오직 실력으로만 승부, 입행 10년 만인 1991년 은행장 자리에 올랐다.

이후 라 회장은 임직원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으며 은행권 최초로 은행장 3연임에 성공하고 2001년 신한지주 회장 자리에 등극했다.

그는 은행원과 고객 간의 '갑을 관계'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서비스'로 무장한 '신한 웨이(Shinhan Way)' 정신을 내세워 은행권의 새바람을 일으켰다. 또 학연·지연 등에서 벗어난 능력 위주의 조직문화를 만들어 냈다.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5대 정권이 바뀌는 가운데에서도 청탁으로 대변되는 '정치적 권력'에 흔들리지 않으며 신한을 관치논란으로부터도 지켜냈다.

이같은 경영전략과 리더쉽을 바탕으로 지난 2003년 조흥은행을 인수하고 카드대란 이후 LG카드까지 흡수, 2006년 통합 신한은행과 신한카드를 출범시키면서 국내 최대 수익성을 자랑하는 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 시켰다.

하지만 라 회장의 업적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차명계좌 였다. 15년 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신한은행에 예치돼 있다는 박계동 당시 민주당 의원의 폭로를 시작으로 차명계좌 의혹은 항상 라 회장을 따라다녔다.

그러나 지난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차명계좌를 통해 50억 원을 전달한 사실이 드러났고 4연임에 성공하며 후계구도를 둘러싼 권력투쟁이 일어났다.

검찰이 라 회장과 이 행장 등 3명 모두가 이희건(93) 신한은행 명예회장의 고문료 15억 원 횡령에 개입한 정황을 확인, 처벌이 불가피하고 드러난 차명계좌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의혹이 거세지며 금융당국의 퇴진 압박에까지 시달렸다.

결국, 라 전 회장은 내년 3월 주총 때까지 현직을 유지하며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당초 의사를 접고 이날 이사회에서 스스로 공식 사임했다.

◆라응찬 신한금융그룹 회장 프로필
- 1938년 11월25일 경상북도 상주 출생
- 1959년 선린상고 졸업
- 1959년 농업은행 입행
- 1968년 대구은행 입행
- 1977년 제일투자금융 상무이사
- 1982년 신한은행 상무이사
- 1991∼1999년 신한은행장
- 1999∼2001년 신한은행 부회장
- 2001년 신한금융지주회사 대표이사 회장 겸 사장
- 2003년~ 2010.10 대표이사 회장
- 2010년 10월30 회장직 사퇴



이현정 기자 hjlee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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