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안에 정보 도둑이 있다"

스마트 오피스 시대, 프린터 보안 대두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31살의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서류 복사를 위해 복합기를 이용하다 화들짝 놀랐다. 복사 용지를 놓아두는 공간에 이전 사용자가 깜박 잊고 두고 간 문서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 문서는 특정 부서의 인사고과평가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김 씨는 또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회사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장인 이모씨는 신제품 콘셉트를 한창 개발하고 있다. 그가 개발중인 새 상품 아이디어가 담긴 문서를 팀원들과 공유하기 위해 복사기 앞에 갈 때마다 망설인다. 복사한 문서가 프린터 하드디스크에 저장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서 출력기인 프린터가 '정보 유출' 통로가 되고 있다. 연봉계약서나 인사고과 같이 민감한 개인정보는 물론, 신제품 콘셉트 시안, 제품 설계도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회사 기밀 문서가 프린터를 통해 유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1위 프린터 업체 휴렛팩커드(HP)의 기도 반 프라그 아시아태평양ㆍ일본 지역
수석 부사장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HP 이노베이션 서밋'에서 "최근 선진국과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는 기업에서 사용하는 프린터의 보안에 관심이 많다"면서 "프린터를 통해 주고받는 콘텐츠를 보호하기 위해 별도의 암호화 작업을 하고 있으며, 복수의 방화벽을 설치해 정보 유출에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프린터가 단순한 출력 기능을 넘어 PC 수준의 정보기기로 진화한 데 따른 것이다. 프린터는 요즘 정보를 저장하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중앙처리장치(CPU), 운영체제(OS)를 모두 탑재하고 있다. 이에 따라 PC의 전유물이었던 바이러스까지 등장, 정보를 빼내려 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실제로 지난 2007년 국가정보원이 디지털복합기의 하드디스크에 잠복해 있다가 특정 기능을 정지시켜 조작을 불가능하게 하고, 쓰레기 출력물을 유발하는 웜을 발견해 관련 기업에 경고하기도 했다. 더욱이 최근 무선 인터넷의 발달로 사용자는 PC를 비롯해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다양한 모바일 기기를 통해 원하는 문서를 출력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상당수 기업에서는 하나의 프린터를 여러 대의 PC가 네트워크를 공유해 사용하기 때문에 정보 유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지만 개인 정보가 담겨있는 프린터 출력물을 그대로 프린터 주변에 놓아두거나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기업 기밀을 폐기하지 않은 상태로 수일간 방치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정보인식 수준은 매우 낮다.

 한국HP 관계자는 "출력 보안 문제는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 대기업에서는 그 도입 사례가 80% 이상이 될 만큼 중요하고 필수적인 부분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국내 기업의 인지도가 낮도 필요성도 느끼지 못해 도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국내 기업도 출력과 데이터의 보안에 대한 중요성을 파악하고 관련 솔루션을 도입하는 것이 기업 성장의 지름길임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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