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기업들이 피땀 흘려 번 돈이 이처럼 허무하게 사라질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배신당했다는 생각도 들고 눈앞이 캄캄할 뿐입니다."
'사랑의 열매'로 대표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비리와 부정행위에 국민들의 충격과 함께 기업들의 실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민성금을 다루는 사실상의 독점 기관이라는 점에서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투명성이 요구되는 만큼 그 파장은 만만찮다. 국내 대기업의 한 임원은 이번 비리 적발에 '크게 한방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이라고 표현했다. 국가기관으로 신뢰도가 높은 만큼, 유명인 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들도 불우이웃돕기 이벤트의 창구로 공동모금회를 활용해왔다. 믿은 만큼 배신감도 컸다.
실제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공동모금회와 벌인 사업은 상당하다. 삼성도 사회봉사단이 공동모금회와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삼성은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매년 100억원의 연말이웃돕기 성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으며 2004년부터는 국내 기업 중 최고액인 200억원으로 지원 규모를 늘린 바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100억원을 쾌척한데 이어 지난달 추석 명절을 맞이해 전통시장 상품권 5억원을 구매했고, 현대차 울산공장은 8억3000만원을 기탁하는 등 다양한 기부를 해왔다. LG, SK, 포스코 등 거의 모든 대기업이 이 곳에 기탁한다. 국내 대기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6~7%임을 감안하면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 200억원의 수익을 낸다. 결국 매년 중견 기업을 기부하는 것과 버금가는 규모다. 더구나 기업들의 기부금은 피와땀을 흘려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글로벌 전쟁터에서 치열한 전투를 치르면서 얻어낸 값진 성과의 산물이다. 소비자 등을 쳐서 날로먹고 남는 '눈먼 돈'을 던져준게 아니다.
하지만 공동모금회 직원들은 국민과 기업 성금으로 사옥까지 소유하며 배부른 행태를 자행했다. 성금의 일부를 횡령하고 업무추진비 유용, 장부 조작 등 비리를 저지르는 등 국민과 기업들이 일군 피땀 어린 성과를 깔아뭉갰다.
기업에게 모든 걸 떠넘기는 우리 사회 풍토에서 이번 공동모금회의 사태는 많은걸 시사한다. 단돈 한푼이라도 기업에서 끌어오는데 혈안이 되기 보다는 적은 돈이라도 얼마나 소중하게 쓰이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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