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잊을만 하면 '개헌론'..격랑 속으로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한나라당이 '개헌론'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어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당 주류인 친이(친이명박)계가 '잊을 만 하면' 개헌 논의에 불씨를 지피면서 고질적인 당내 계파갈등이 재연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계파간 지향점이 다르니 논란이 일수 밖에 없는 구도다.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는 미국처럼 '대통령 4년 중임제'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친이계는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추진하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15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역대 청와대에서 개헌을 추진해 성공한 적이 있느냐"면서 "정치권의 반발만 몰고 오는 만큼 청와대가 나서지 않는 것이 좋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는 '개헌 전도사' 이재오 특임장관을 비롯한 친이계의 잇따른 개헌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이날은 야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날 "헌법과 민주주의 정신에만 충실해도 권력집중을 해소할 수 있다"며 이명박 정부에서의 개헌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연히 실정을 호도하고 정권연장을 위한 술책으로 개헌을 한다면 국민은 이를 결코 용납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낙연 민주당 사무총장도 "청와대 정무수석은 개헌은 현실성도 없고 추진할 생각도 없다는데 여당 원내대표와 특임장관은 연내 개헌도 가능하다는 말을 계속한다"며 "이것이 역할분담인지 혼선인지 혼란스럽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개헌논의는 현재진행형이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7월 취임 일성으로 개헌론을 들고 나오면서 시작된 논란은 김무성 원내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아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꿈틀대고 있다. 또 이명박 정권 창출 '1등 공신'인 이재오 특임장관이 최근 개헌을 촉구하고 나섰고, 이명박 대통령도 개헌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개헌 논의가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개헌론'이 고개를 들 때마다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던 당내 친박(친박근혜)계와 협상 파트너인 민주당이 '무(無)대응'으로 일관하면서 개헌 논의는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이다.

지난 13일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회담에서 이 특임장관의 측근인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가 야당이 요구하는 4대강 검증특위와 개헌특위 동시 구성이라는 '빅딜'을 제안하면서 여권 전체가 격랑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친박계는 "개헌은 정파간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면서 공개 비판에 나섰다. 또한 '빅딜의 발원지'로 지목된 김무성ㆍ박지원 여야 원내대표는 국정감사 도중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청와대도 이명박 대통령의 개헌 의지를 부인하며 발을 빼는 모양새다.이처럼 개헌론 군불 때기에 주력하던 여권 주류가 한 발 물러선 것은 청와대가 개헌 논의를 주도하는 것으로 비춰질 경우, 여론의 반발을 불러오는 등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여권 일각에서는 친이계 수장격인 이재오 장관이 차기 대권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개헌론을 밀어부친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이 장관은 차기 대선 주자로 나서지 않는다해도 개헌론에서 주도권을 잡을 경우, 당내 입지를 보다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 것도 바로 이같은 구도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대변인은 "특정 정당, 특정 정권, 특정 정파 또는 특정인이 주도하는 개헌은 옳지 않다"며 "국민적 논의를 거치지 않은 개헌 추진은 불필요한 국론분열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만큼 일절 응하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들이 개헌 논의에 반대하는 만큼 18대 국회에서 개헌이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국감 이후 개헌특위가 구성될 수 있다는 예측도 솔솔 나온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이번 정기국회 회기중 개헌특위를 만들지 못하면 개헌 논의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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