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값 진정됐지만…'기대인플레'는 여전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한때 '금(金)추'라고 불릴 정도로 폭등했던 배추값이 중국산 배추 수입 등 정부의 후속조치로 인해 빠르게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12일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배추 도매가격은 11일 현재 1Kg당 2000원을 기록해 일주일 전(4일) 대비 27.5%나 하락했다. 무, 양배추, 시금치 등도 이미 내림세다. 채소가격이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물가 우려로 인해 금리인상 압박을 받아 온 한국은행으로서는 발등의 불은 일단 꺼진 셈이다. 최근 글로벌 환율전쟁으로 인해 환율이 금리정책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면서 한국은행은 물가냐, 환율이냐를 두고 고민해 왔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지난 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 기자들에게 "우리는 다른 나라와 사정은 달라도 글로벌 사회의 일원이라는 점을 갖고 갈 수밖에 없다"고 발언한 것도 이같은 고민을 대변한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가 진정세를 보인다면 한은의 결정폭은 좀 더 넓어지는 셈이다. 전문가들 역시 일 주일 전까지만 해도 '금리 인상'에 손을 들었지만, 최근 한은이 금리를 동결시킬 것이라는 예상도 솔솔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은은 여전히 우려를 거둘 수 없다는 입장이다. 눈으로 보이는 지표는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머릿속에는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그대로 남아있어 향후 물가 상승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신 운 물가분석팀장은 "배추값이 떨어지고 있는 건 사실인데, 가격 수준 자체는 아직 높다"며 "그동안 워낙 많이 올라서 지표상으로는 높은 수준이 이어지지 않을까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오는 11월경에는 본격적으로 고랭지 채소가 출하돼 채소값이 진정될 것으로 봤지만, 농산물이 아닌 '기대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사람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물가 상승 압력으로, 실제로는 물가가 덜 오르더라도 결국 기대 인플레이션 수준으로 물가가 움직이게 된다는 설명이다.

신 팀장은 "농산물로 촉발된 물가 상승이 체감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다시 기대인플레이션으로 발전할 우려가 있다"며 "금리인상은 금통위원들이 판단할 문제지만, 미래 물가상승 압력 역시 주요 판단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눈으로 보이는 물가가 진정된다 해도 여전히 한은이 쉽게 '동결' 카드를 뽑아들 수 없는 이유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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