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제까지 '기상이변' 탓만 할 건가

[아시아경제 ]추석 전날인 지난 21일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은 최고 293㎜가 넘는 폭우로 도시 기능이 마비되다시피 했다. 서울의 심장부인 광화문을 비롯한 도심 곳곳이 물바다로 변했고 주요 도로와 지하철, 전기가 끊겼다. 자연재난에 속수무책이었다. 인명 피해는 2명에 그쳤지만 1만4000여가구가 침수되고 1만2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난데없는 물폭탄으로 물구덩이에서 추석을 맞은 주민들과 삶의 터전을 잃은 상인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침수 피해 가구에 100만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하고 소상공인에게는 최고 2억원을 대출해주기로 했다지만 선후가 틀렸다. 재난은 예방이 최선이다. 설사 재난이 닥치더라도 신속한 대응이 우선이지 사후에 지원금을 주는 건 그 다음 일이다. 인재가 아니었는지 책임을 따져봐야 한다. 무엇보다 재해가 생길 때마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불가항력'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기상청의 책임이 크다. 기상청은 당초 21일 중부권에 20~60㎜ 정도의 강수량을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예상치의 5배 가까운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올해 1월 '눈폭탄' 때에도 예보를 틀리고 이달 초에는 태풍 '곤파스'의 상륙 시간을 6시간이나 늦게 예측해 피해를 키우기도 했다. 그 때마다 '기상이변' 탓으로 돌렸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게릴라성 집중 호우나 폭설, 폭염, 이상 저온 현상 등 기상이변이 심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제는 더 이상 이변이 아니라 늘 대비해야 할 상시 재난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언제까지 기상 이변 타령만 할 건가. 첨단 장비 도입, 전문 인력 보강 등 예산을 늘려서라도 기상 관측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기후변화 환경에 맞는 새로운 예측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급하다.

재난 대응체계도 재정비해야 한다. 피해가 속출한 이후에야 공무원 동원령을 내린 재난당국, 상습 저지대 침수지구와 하수구, 배수로 관리에 소홀했던 지방자치단체, 제 때 지원에 나서지 못한 공무원들, 부실한 재난 방송 등 대응체계에 큰 허점을 드러냈다. 기상이변에 걸맞은 근본적인 재난 대비책을 다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자연재해를 피할 수는 없어도 인재가 겹쳐 피해가 커지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는가.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