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高, 우리나라 수출에 도움만 되는 것은 아니다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일본 엔화가치의 강세가 우리나라 수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코트라(KOTRA)는 19일 해외 20개국 코트라 KBC와 70여명의 바이어를 접촉해 작성된 '최근 엔고현상에 따른 우리 수출시장 동향'이란 보고서에서 "엔고가 일부 수출 품목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엔고를 극복하려는 일본 기업들의 움직임에 주목할 때"라며 이같이 주장했다.이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기업들은 최근 엔고에도 제품가격 인상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본기업들은 부품의 해외조달비중 확대와 중국, 동남아 등에서의 해외생산 확대를 통해 엔고로 인한 제품가격 인상 압력에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닛산의 경우 작년 20%였던 해외부품 조달목표를 2012년까지 40%로 늘릴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일본 정부 조사에 따르면 일본 제조업의 해외생산 비중이 지난해 17.8%였지만 올해 들어 일본 기업의 해외기업 M&A가 작년에 비해 2배에 달하고 있어 앞으로 해외생산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기업의 가격인상 자제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일본 의료기기업체는 폴란드에서 제조원가 절감을 통해 현 가격을 유지하려 하고 있고, 소니는 두바이에서 제품 가격을 소폭 올린 데 그쳤다.

일본 전자제품 회사인 샤프는 동남아 시장에서 제품가격을 오히려 인하하는 등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코트라 관계자는 "엔고가 일본의 중저가 전략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 바이어들은 한일 간에 존재하는 비가격 부문의 경쟁력 격차 때문에 선뜻 한국으로 거래처를 바꾸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한 이태리 업체는 "수입선을 전환할 때는 환율뿐만 아니라 품질, 거래조건을 복합적으로 고려한다"며 "엔고로 수입선을 변경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의 철강수입업체인 씨트라누그라카리야(Citra Nugrah Karya)사는 "일본산 철강제품 가격이 5% 상승하였지만, 일본 철강사들이 할인 및 환율보상 등의 방법으로 가격인상분을 보상해주고 있어 오히려 선구매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코트라는 원화강세가 동반되고 있는 것도 엔고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엔화는 미 달러화 대비 지난해 초에 비해 5.6% 절상된 반면, 원화는 12.9% 올랐다. 최근 우리기업들이 미 달러화 외에 유로화, 엔화 등으로 결제통화를 다변화한 것도 과거에 비해 환율변동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코트라는 설명했다.

한선희 코트라 통상조사처장은 "반도체, LCD, 자동차 등 일부 품목이 엔고효과를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엔고를 극복하려는 일본 기업들의 움직임은 향후 일본과의 경쟁에서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며 "품질, 기술, 마케팅 등 비가격경쟁력 분야에서의 격차 해소에도 신경써야한다"고 강조했다.



임혜선 기자 lhsro@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