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스마트폰 '임팩트' 그리고 '카오스'

요즘 국내 정보통신 업계의 머리 속을 가장 괴롭히는 두 단어를 꼽자면 아마도 '충격'과 '혼돈'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런 얘기를 한두 마디는 한다.

업계가 전하는 말은 대충 이렇다. '아이폰'이라는 스마트폰이 명색이 정보기술(IT) 강국을 공습한 것은 충격의 시발점이다. 구글 TV는 그 다음이었고 아이패드는 제3의 충격으로 각인되기에 충분했다.아이폰이 상륙하기전까지 한국의 내로라하는 휴대폰 기기 업체나 통신업체들은 폴더폰이나 슬라이딩폰 등 그렇고 그런, 이 회사 저 회사나 별로 차이가 없는 휴대폰으로 이용자들을 구워삶았다.

아이폰과 태블릿PC는 디자인과 콘텐츠 등 모든 면에서 압승을 거뒀다. 국내 소비자들은 환호했다. 이용자의 혼을 빼놓는 디자인과 콘텐츠 탓에 우리 통신업계, 단말기 제조업체는 큰 충격을 받았다. 물론 우리 업계는 응전에 나섰다. 세계 최강이라고 해도 틀림없는 삼성전자는 아이폰의 공습에 갤럭시폰과 태블릿PC로 대반격에 나섰다. 서둘러 아이폰에 상응하는 제품을 내놓고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하느라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서 응원하고 싶다. 겨우 걸음마를 걷는 애플리케이션 업체들의 노력에는 어깨를 두드리고 싶다.

그렇지만 하루아침에 아이폰과 태블릿PC의 충격을 극복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단말기 제조야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문제는 콘텐츠다.이게 어디 하루아침에 되나. 애플이 아이폰을 준비할 때까지 과연 우리는 뭘 했느냐를 묻고 싶다. 외환위기의 조짐이 나타날 때 많은 많은 금융회사들이 그 조짐을 정부에 속속 보고했지만 묵살당하고 결국 외환위기를 당했을 때 필자가 느꼈던 것과 꼭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과연 우리 통신 업계, 제조업체들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나 잡고 있을까. 한 대기업 임원은 말한다. 업계는 죽으라고 뛴다. 경쟁도 한다. 그러나 큰 그림은 그릴 수가 없다고 말이다. "분기별 이익목표를 채워야 하는 마당에 무슨 얼어죽을 놈의 장기 목표냐"고 묻는다. 보조금 전쟁이 제 살 깎아먹기인 줄 몰라서 하느냐고 반문한다. 파리목숨인 주제에 무슨 먼 미래를 내다보느냐고 질문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리고 이 말은 절반의 진실만 담고 있다. 업계는 열심히 해외 동향도 파악하고 다음 사업도 궁리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여기까지다. 국가가 통신을 국가자산으로 여기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가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뭘 하고 있는가. 4800여만명 인구 중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은 200만명 남짓인 반면 나머지는 여전히 2세대 휴대폰을 쓰고 있는데 정부는 이동통신을 어느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가? 이동통신 3사가 박터지게 싸우고 있는데 제4이동통신을 허용하려는 이유는 뭔가? 세계는 이미 4세대 이동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으로 표준을 정해놓고 그것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데 우리만 와이브로(휴대 인터넷)를 키워 수출하겠다고 하는 게 과연 옳기나 할까?

중요 사안이 생겨도 여야로 나뉜 상임위원들 불러모으느라 시간 다 보내고 있는 게 방통위의 현실이니 이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우리 통신업계는 "지금은 빅뱅이 생기기 전 혼돈 속에 있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우리 업계는 "IT강국, 제조업의 본산이라는 한국이 머지 않아 애플 폰이나 구글 TV를 생산하는 국가로 전락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라고 걱정한다. 통신정책을 세워서 통신이 제조업체와 콘텐츠 업계도 살리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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