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히든 챔피언', 내달 300개 돌파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대기업처럼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전문분야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1,2위를 다투는 '히든 챔피언' 육성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발굴하는 '한국형' 히든 챔피언 기업 개수가 내달이면 300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히든 챔피언은 유럽의 '피터 드러커'로 불리는 헤르만 지몬이 지칭한 글로벌 선두 중소·중견기업으로, 대기업보다 매출은 작지만 세계시장 점유율 1~3위를 차지하고 순이익률이 14% 이상인 알짜기업들을 칭한다.

우리나라 역시 기업 생태계의 '척추'로 불리는 중소기업들이 대기업 중심의 생태계 구조 하에서 약화되고 있다는 인식 하에 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특수은행들과 중소기업청·한국거래소 등 관련기관들이 히든 챔피언 후보를 선정하고 육성에 나섰다.

기업은행은 올해 상반기 1차로 69개 히든 챔피언 기업을 선정한 데 이어 이달 중으로 30여개 기업을 추가 선정, 연내 100개의 히든 챔피언 기업 발굴 목표를 조기 달성할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5년간 연간 100개씩 5년간 500개의 히든 챔피언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수출입은행도 지난해 11개 히든 챔피언 육성기업을 선정한 데 이어 올해 65개 히든챔피언을 확정했고, 오는 10월 말까지 추가 35개 기업을 히든 챔피언으로 선정할 예정이다. 역시 연내 히든 챔피언 100개사를 선정키로 한 계획을 조기에 달성한 셈이다.

또 한국거래소(KRX)는 코스닥 기업을 중심으로 내달까지 히든 챔피언 기업 30여개를 선정하고, 히든 챔피언 기업의 전 단계인 '프리 히든 챔피언' 기업도 11월 말까지 가려낼 예정이다. 중소기업청은 지난 6월까지 81개 히든 챔피언 기업을 선정했다.

각 단계에서 일부 중복되는 기업을 제외하더라도 올 한해동안 300여개의 히든 챔피언 기업이 새로 육성되는 셈이다. 한국형 히든 챔피언에 대한 각 기관의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기관 간 중복되는 기업 개수는 많지 않다.

수출실적 규모를 중시하는 수출입은행의 경우 자본금 200~300억원, 매출액 600억원 이상, 수출액 1억달러 이상의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히든 챔피언을 결정하고, 기업은행은 자본금 100억원, 평균 매출액 300억원, 수출실적 1000만달러 이상의 예비 중견기업이 대상이다.

중기청은 매출액 규모가 300억원으로 기업은행과 비슷하지만, A0이하의 신용도를 가진 기업도 히든 챔피언 육성 대상 기업으로 본다는 것이 기업은행과의 차이점이다. KRX는 매출액, 수익률, 유보율, 부채비율 등의 재무기준 및 기술력, 성장성, 수익성 등 복합적인 지표를 합산해 정한다.

중기청 관계자는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손실을 입지 않기 위해 다소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데 반해, 중기청은 정책적으로 성장할 만한 기업에 지원하기 때문에 은행 기준보다 낮은 신용등급의 기업도 가능성만 있다면 히든 챔피언으로 육성한다"고 말했다.

우대금리는 수출입은행과 중기청이 평균 0.5%인데 반해 기업은행은 은행장 전결 외에도 2%를 추가 제공하는 점이 다르다. KRX는 직접 대출지원을 할 수는 없지만 은행들과의 협의를 거쳐 자금수요가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우대금리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히든 챔피언으로 선정한 후의 사후관리에도 만반을 기한다. 최근 산업은행의 '글로벌스타' 인증을 받은 네오세미테크가 상장폐지됨에 따라 금융기관들의 기업 지원 선정 기준에 의심의 눈초리가 쏠리고 있기 때문.

수출입은행은 성장가능성 뿐만 아니라 재무상태에도 중점을 두어 기업을 선정하고, 히든 챔피언 신청기업 중 부실위험이 있는 업체를 골라 가려낼 방침이다. 기업은행도 매년 선정기업을 모니터링하고 히든 챔피언으로서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 과감히 탈락시키는 '출구전략'을 사용할 계획이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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