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엔진 3.0] 재계 빅3 '2조원 + α' 현금 푼다

삼성ㆍLGㆍ현대차 협력사 지원펀드 조성...원자재 구매비용도 지원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단순 협력을 넘어 동반 성장의 모델로 간다.'

삼성ㆍLGㆍ현대차 등 대기업들이 최근 중소기업과 상생 협력 방안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산업계가 활기를 띠고 있다. 기존의 대기업-중소기업간 협력이 수요-공급이라는 2차원적 관계에 머물렀다면 최근의 상생 모델은 동반 성장 전략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상생 3.0'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상생 3.0은 막대한 이익을 거두면서 협력사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대기업들이 곳간을 활짝 열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재계 관계자는 "기존에도 상생 전략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현금 지원이 강화됐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처음 도입한 '협력사 지원펀드'는 금융기관을 통해 협력사에 현금을 지원해 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에 기여할 전망이다. 펀드 규모는 1조원. 삼성전자가 2000억원, 기업은행이 8000억원을 지원한다. 삼성전자측은 "실제로 지원하는 금액은 2000억원이지만 협력사에 보증을 서는 것 등을 감안하면 적잖은 현금 지원이 이뤄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펀드는 그동안 1차 협력사에 집중돼온 현금 지원을 2ㆍ3차로 확대한다는 의미가 있다. 1차 협력사와 달리 2ㆍ3차 협력사에 대한 직접적인 자금 지원은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 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측은 "펀드 조성으로 1만개 정도의 2차 협력사와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운 3차 협력사들이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LG그룹도 협력사와 동반 성장을 위한 5대 전략과제를 제시하면서 펀드 조성을 약속했다. LG전자 관계자는 "2ㆍ3차 협력업체도 저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연간 2500억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다음달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LG는 1차 협력사에 직접 대출해주는 금액도 지난해 140억원에서 올해 700억원으로 확대하는 등 실질적 자금 지원 규모를 기존 4200억원에서 7400억원으로 늘릴 방침이다.

현대차도 펀드를 기반으로 한 협력사 지원책에 1조1544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대기업들은 협력사들의 원자재 구매에 대한 현금 지원도 한층 강화한다. 삼성전자는 협력사들이 원자재를 구매하는 비용을 지원해주는 사급제도를 올해 처음 도입했다. 이에 따라 협력사들이 원자재를 구매하기 위해 은행 대출을 받는 등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측은 "철판과 레진, 동 등 3개 원자재에 대해 사급제도를 실시할 예정으로 연간 1조1000억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급제도를 오래 전부터 시행해오던 현대차도 올해 그 대상을 기존 1차 협력업체에서 2ㆍ3차 협력업체로 확대키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원자재 비중이 가장 높은 철판을 일괄 구매해 공급해 가격 인상에 따른 리스크를 현대차가 흡수하는 것"이라면서 "2ㆍ3차 협력업체들도 1차 협력업체와 마찬가지로 철판값 인상에 따른 부담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들의 현금 지원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협력사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상생의 효과도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같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옥석 가리기'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기업의 현금 지급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협력사의 생명줄을 연장하는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제한된 자원을 잠재력이 높은 협력사에 집중하는 등 옥석을 가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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