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민규명법 친일행위결정, 형벌불소급원칙 위배 안돼"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이하 반민규명법)으로 친일반민족행위를 결정하는 건 형벌의 일종인 명예형으로 볼 수 없어 형벌불소급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친일반민족행위 결정으로 조사 대상자나 후손의 인격권이 제한되더라도 이는 부수적 결과일 뿐이므로 법리상 문제가 없다는 판결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김홍도 부장판사)는 일제 강점기 때 남작 작위를 계승했다는 이유로 친일반민족행위결정을 받은 이모씨 손자가 "친일반민족행위결정은 소급입법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등 이유로 행정안전부장관을 상대로 낸 친일반민족행위자결정처분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반민규명법은 정부차원에서 친일반민족행위 진상을 조사해 그 결과를 사료로 남겨둠으로써 왜곡된 역사와 민족의 정통성을 바로 세우려는 목적으로 제정된 것이지,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자 또는 그 후손에게 수치심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삼지 않는다"면서 "친일반민족행위결정으로 조사대상자나 후손의 인격권이 제한되더라도 이는 부수적 결과일 뿐, 이를 두고 형벌로서의 수치형이나 명예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친일반민족행위결정이 형벌불소급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민규명법은 반민족행위처벌법처럼 친일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지도 않고, 현행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이 정한 친일재산의 국가귀속과 같이 조사 대상자나 그 후손에 대해 어떠한 구체적 불이익도 규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반민규명법이 정한 친일반민족행위 관련 조항이 연좌제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도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한일합병의 공으로 아버지가 일본정부에서 받은 남작 작위를 계승한 이씨에 대해 친일반민족행위결정을 했고, 이씨 손자는 "친일반민족행위결정은 소급입법금지 원칙에 위배되고 연좌제금지원칙에도 어긋난다"며 행정안전부장관을 상대로 친일반민족행위결정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성정은 기자 jeun@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