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우리금융 입찰 참여 않겠다"

체질개선 후 M&A 여지는 남겨.."국민소득 3~4만불 가려면 금융산업 키워야"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2일 현재로서는 우리금융 매각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어 회장은 이날 서울 조선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한 인수합병(M&A)에 대해 "적자를 보고 있는 KB금융이 어떻게 남의 회사를 흡수합병 하겠다고 나서겠냐"면서 "아직 힘이 없고 준비돼 있지 않지만 건강해진 이후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금융학회 회장을 지낸 '학자적 입장'을 강조하며 은행 대형화의 필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어 회장은 "학문적으로 얘기할 때 규모가 크다고 해서 은행의 이익이 많아지던지 주가가 오르지 않지만 다르게 말하면 역(逆)의 관계도 성립하지 않고 중립적"이라고 전제했다. 그는 "우리와 경쟁하는 외국계 은행장들의 입을 빌어 우리 경제규모에 비해 상업은행의 규모가 크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건 질문 자체가 어리석다"고 언급하며 "미국, 일본 등을 비교해 GDP 대비 은행 규모를 말하는 것은 적합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스위스 GDP의 300%에 달하는 UBS를 예로 들었다.

어 회장은 은행 대형화에 대해 "외국계 은행들이 다국적 기업의 캐시매니지먼트(현금관리)로 엄청난 돈을 벌고 있는데 우리는 이미 다국적 기업화 돼 있는 한국 기업들에 대해 능력과 네트워크 부족으로 이런 서비스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계열사 특화 등 사업 다각화에 대해서는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90% 인 현실에서다각화 필요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과거엔 예금을 받아 그 이자로 금융서비스를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상품이 다각화 돼 품 다각화로 고객의 니즈가 바뀌고 있다. 니즈 충실히 하기 위해 다각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어 회장은 이날 하나은행이 SKT와 손잡은 것처럼 KT와 전략적 관계를 가질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이석채 KT 회장과의 면담을 신청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은행 부행장 인사는 2~3일 내에 발표하되 은행장이 결정하고 지주 회장과 상의한다는 원칙에 충실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인력 구조조정과 증권ㆍ보험사 확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다음은 어 회장 일문일답.

-여건 변한다면 우리금융 민영화 참여할 생각 있나.

▲M&A에 대한 정답을 갖고 있다. 적자보고 있는 KB금융이 어떻게 남의 회사를 흡수 합병하겠다고 나서겠나. 아직 힘이 없고 준비돼 있지 않아 건강해진 이후에 고려해 보겠다.

지주 회장이 아니라 한국금융학회 회장을 지낸 학자적 입장에서 은행과 관계없이 개인적 소견을 말하자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규모의 경제 얘기다. 학문적으로 얘기할 때 규모가 크다고 해서 은행의 이익이 많아지던지 주가가 오르지는 않는다.

경영성적과 규모 경제는 반드시 성립하지 않는다. 다르게 말하면 역도 성립하지 않는다. 중립적이다.

우리 경제규모에 비해 상업은행 규모가 크다는 얘기도 있다. 우리와 경쟁관계인 은행 책임자에게 경쟁하는 게 좋으냐하는 질문은 이론을 떠나 어리석은 질문이다.

GDP 대비 은행 규모를 말하는데 국제경쟁력 갖고 있는 미, 일본계 은행 빼고 스위스, 영국, 프랑스, 스웨덴. 네덜란드 은행 규모를 들여다봐라. 우리 금융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이들 나라를 갖고 판단기준을 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국민소득 3~4만불 시대로 가려면 제조업 기반만으로는 힘들다. 경제발전적 측면에서 본다면 당연히 서비스섹터가 커져야 한다. 멕도널드같은 서비스섹터보다는 부가가치 높은 법률, 의료산업, 금융산업 등이 커져야한다. 우리 금융산업이 국제경쟁력 없다고 한다면 절대로 3~4만불 시대는 오지 않는다.

산업과 은행의 분리를 얘기해왔지만 그건 20년전 얘기고 지금은 대기업의 경쟁력이 은행보다 높아 은행채보다 회사채 조달 금리가 더 싸다. 이제 대기업 자금조달원으로서의 은행의 역할은 크지 않다. 역사적 이유, 역사적 피해로 인해 은행을 자금조달원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 관점에 대해서도 재조명해야한다.
다.

-우리금융 민영화가 늘어지고 그 사이 KB금융이 체질개선 된다면 그때도 인수합병 생각없나.

▲일주일 전 한국에 나와있는 외국계 증권회사 두 곳, 한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 모시고 중역들과 함께 모여 얘기를 들었다. KB금융이 리딩뱅크면 어떻고 아니면 어떠냐고 얘기한다. 투자가 입장에서는 지겹다는 소리다. 은행입장에서는 모든 가족(KB 직원)들이 리딩뱅크를 유지하기를 원한다. 가능하면 유지하려고 노력하겠다.

6개월 내에 국민은행이 좋아지지 않을 것이다. 3분기와 4분기 개선될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번에 많은 대손충담금을 많이 쌓았다고 국민은행이 크린뱅크가 됐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여러 구조조정, 합리화를 통해 노력하려고 한다.

KB금융에 M&A가 가장 필요한 이유는 사업 다각화 때문이다.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90% 인 현실에서 다각화가 필요하지 않을 수 없다.

-KB금융 현 주가가 낮았던 원인은. 주주가치 높이는 방법의 균형점은.

▲오히려 높았다고 생각한다. 애널리스트들이 보는 시각이 그러한데 좋게 유지했다. 배당수익률 0.4%였는데 그거 받으려고 투자하는 사람이 있겠나. 그러나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주가 변할 수 있을 것이다.

KB금융이 리딩뱅크로서 프리미엄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리딩뱅크라는 것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배당성향이 외부로 공개된 것은 0.3이다(이익의 30%). 하지만 그걸 못 지킨다. 이익을 많이 내서 배당성향 유지하려한다. 과학적으로 배당성향을 유지하는 은행이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증권, 보험 사업을 키울 생각 있나.

▲분사 결정한 카드사는 분사 통해 경쟁 치열하게 할 생각없다. (증권, 보험) 합병여부는 미래성장과 연결된다. 합병 전략적 결정은 가치 확대를 통해서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느냐가 우선이다.

우리나라의 지주회사는 한국적 실정에서 너무 갑자기 만들었다고 본다. 그러다보니 다른 계열사 인수에서 그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본다. 비싸게 산 거다. 오히려 KB금융은 주주가치를 떨어뜨렸다. 그래서 주주가치를 극대화 할 기회 생기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본은 자체적인 성장전략에 의해 커 나가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은행장과의 역할 관계 구분은.

▲은행의 경영은 전적으로 민병덕 은행장에게 맡길 것이다. 경영협의회에 참가한 것은 강정원 전 행장이 안계시고 (내가) 이쪽에 리더십이 없어서 들어가는 게 조직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참석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옵저버 자격으로 참석할 것이다.

부행장 선임도 행장이 결정하고 나와 상의하는 것으로 돼 있고 철저히 원칙을 지킬 것이다. 부행장 선임에 관해서는 민 행장이 준비하고 있고 나에게는 아직 보고 올라오지 않았다.

-KT 등과 전략적제휴는

▲주거래 관계를 갖고 있는 KT와 좋은 관계 가지려고 애쓸 것이고 전략적 협력관계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직 이석채 회장을 만난 적은 없다. 이 회장에게 면회신청 해놓은 상태다. 하나금융과 SKT가 전략적제휴 하고 있는데 아마 그쪽(KT)에서 원하는게 더 많은 거 같다. KT 의견 먼저 듣고 결정하겠다.



김민진 기자 asiak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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