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역발상 마케팅' 생존경쟁

벤츠, 잘 달리는 것보다 '잘 멈춰서는 것' 강조...현대차, 차 되사주기 파격 행보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남들이 '잘 달리는 것'을 얘기할 때 '잘 멈춰서는 것'을 강조하고, 소비자가 실직할 경우 판매한 차를 되사주는 등 자동차 업계에 '역발상 마케팅'이 주요 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업계간 기술 격차 해소에 따른 과열경쟁 구도에서 브랜드 차별화 전략의 일환으로 역발상 마케팅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벤츠는 최근 잘 달리는 것보다 잘 멈춰서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의 TV CF를 제작해 유투브 등에서 큰 화제를 낳고 있다. 이 광고는 벤츠의 최고급 세단인 E클래스 W212가 한적한 겨울 숲속길을 달리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이내 저승사자가 조수석에 나타나더니 운전자를 향해 '쏘리(Sorry)'라고 말한다. 잠시 뒤 벤츠 앞으로 공사차량이 달려들면서 사고가 발생해 운전자가 사망할 것이라는 복선을 깔아 놓은 것.

하지만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밟아 목숨을 구한 뒤 오히려 저승사자에게 '쏘리'라고 말하며 광고는 끝난다.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도요타 사태 이후 안전성이 부각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광고"라면서 "멋지고, 빠르고, 화려한 것이 강조되는 최근 트렌드에서 비껴난 것이 오히려 눈길을 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는 통상적이고 정형화된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상식을 뛰어넘는 엉뚱한 사고로 해결책을 찾는 것을 '인터러뱅(interrobang)'이라고 한다.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이 작은 생각의 차이가 큰 변화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인터러뱅은 결국 역발상과 일맥상통한다.현대차도 역발상으로 글로벌 위기 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미국 시장에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2008년 사상 최악의 금융위기로 미국내 대량 실직자가 발생하면서 신차 구매가 줄어들자 현대차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들었다.

신차 구입후 1년 이내 실직시 자동차를 되사주는 '어슈어런스(Assurance) 프로그램'과 기름값이 일정 기준을 넘을 경우 차액을 대신 내주는 '가스록 프로그램'이다.

현대차의 성능이 꾸준히 개선되기도 했지만, 이같은 역발상 덕분에 현대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2%(43만여대)를 기록해 전년대비 8.3%의 성장세를 거뒀다. 현대차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경쟁사들이 주춤할 때 오히려 적극적으로 공세를 거둔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2월 한국 시장에 진출한 스바루코리아가 경기 이천에 있는 지산리조트 스키장에서 첫 시승행사를 가진 것도 역발상 마케팅으로 빼놓을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스바루 차량이 4륜 구동형이어서 눈길 주행에서 안전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스키장에서 시승행사를 가진 것"이라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업계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역발상 마케팅은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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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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