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필리핀 노후 인프라, 한국기업 눈독 들여라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20년 만에 마닐라를 와봤는데, 고층건물이 생긴 것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는 오히려 퇴보한 것 같습니다."

최근 필리핀 수도 마닐라를 찾은 한 종합상사 관계자는 모처럼 찾은 마닐라에 대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많이 나아졌다'와 같은 통상적인 소감을 예상했던 기자에게는 다소 의외의 답변이었다.이 상사맨은 이렇게 언급한 것에 대해 "사회 인프라 시설의 유지 보수가 전혀 안돼 낡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설명도 무리는 아니다. 공항 입국부터 시작되는 오랜 기다림과 후텁지근한 실내의 공조시스템을 보면서 공항 시설의 개보수가 그다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 공항 밖으로 빠져나갔을 때 맞닿은 노점상인들과 아무렇게나 엉켜 있는 자동차들, 시내로 진입하면서 보게 되는 갖가지 잿빛 풍경을 통해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사회 제반 시설의 유지, 보수는 잘 갖춰진 사회 체계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경제적인 여력이 뒷받침돼야 할 수 있다. 돈을 벌어야 각종 인프라 정비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필리핀은 최근 다소 들뜬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얼마 전 필리핀 신임 대통령으로 당선된 노이노이 아키노 당선자가 다음 달 1일 취임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나가는 자동차 마다 아키노 당선자를 나타내는 노란색 리본이 유리창에 붙어 있는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그만큼 아키노 당선자에 대한 필리핀 국민들의 관심이 높다.

이들의 관심은 당연히 '잘먹고 잘사는 문제'인 경제로 모아진다. 현지 한국기업 관계자들은 정권 교체 후 경제 활성화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필리핀에서 최고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국내 기업들에도 기회가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로 최근 필리핀은 북부 관문인 민다나오에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공항의 관제탑을 우리나라 기업에 맡겼다. 또 풍부한 수자원을 활용하는데는 우리나라 K-WATER(한국수자원공사)는 수력발전 분야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일부 기업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있다. 금융위기로 현지 진출한 국내 기업 상당수가 시장을 포기하고 떠난 것이다.

현지에서 본 필리핀은 지금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사회 인프라 부족은 정부의 의욕과 국민의 관심에 따라 오히려 신규 시장을 창출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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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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