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호적에서 자녀 지우겠다' 이혼시 약정 무효"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부부가 이혼 절차를 마친 뒤 미성년 자녀를 한 쪽 호적에서 지우기로 한 약정은 사회 질서에 어긋나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A씨(남·36)가 "이혼 뒤 호주제가 폐지되면 딸을 내 가족관계등록부에서 삭제토록 해주고 이를 어기면 이미 지급한 양육비 4000만원을 주기로 했는데 약속을 못지켰으니 돈을 돌려달라"며 전 부인 B(34)씨를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재판부는 "부부가 이혼하면서 미성년 자녀에 관한 사항을 일방 당사자의 가족관계등록부에서 말소하도록 요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못 할 경우 일정 금원을 지급할 것을 약정해 강제하는 행위는 상대 당사자의 재혼과 자녀의 친생자 입양을 강요함으로써 신분상 법률행위에 관한 의사결정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민법이 정한 '반사회질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2006년 4월 B씨와 이혼했고 이듬해 10월 "호주제(2008년 1월1일 폐지)가 없어지는대로 딸(당시 7세)을 내 가족관계등록부에서 삭제토록 해달라"고 B씨에게 요구했다.

B씨는 요구를 받아들여 딸을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하겠다고 했고, 만약 이를 이행 못 하면 2007년 10월 일시불로 받은 양육비 4000만원을 돌려주기로 A씨와 약정했다. 당시 A씨와 B씨는 호주제만 없어지면 가족관계등록부 정리가 가능한 줄 알았으나 현행 민법에 따라 B씨가 반드시 재혼을 해 적어도 1년 이상 혼인 생활을 한 뒤 딸을 친양자로 입양해야만 했다.

결국 B씨는 약정을 어기게 됐다. A씨는 당초 합의대로 4000만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고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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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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