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뻔뻔함의 극치 달리는 지방 고위공직자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이 정도면 비리 종합세트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22일 감사원이 공개한 지방 고위공직자들의 토착형 비리 실태는 듣는 이로 하여금 말문을 막히게 했다.충남 당진군수는 관내 건설업체 사장에게 7건의 공사를 밀어준 대가로 3억원 상당의 호화별장을 뇌물로 받고, 이를 숨기기 위해 형 명의로 별장 건축 허가를 받아 건축대금을 재송금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그는 다른 건설사로부터 청탁을 들어주는 대신, 4억원에 육박하는 아파트를 선물로 받아 처제에게 줬다. 내연녀로 알려진 부하 여직원에게는 3억대 아파트를 선물하고 자신의 20억대 비자금을 관리하게 했다.

경기 군포시장은 지역 유력인사를 통해 인사청탁 의뢰를 받은 5급 공무원이 인사위원회에서 탈락했는데도 재차 위원회를 열어 내정된 승진 예정자를 탈락시키고 의뢰인을 승진자로 결정했다.경북 문경의 지방공기업 사장은 자신이 관리하는 공공골프장의 사행성 홀인원 이벤트 사업권을 수의 계약으로 제공한 업자로부터 수천만원대 도자기를 받기도 했다.

그야말로 왕이 따로 없었다. 무소불위의 뻔뻔함은 도를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다. 비리의 수법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 주요 과제로 선언한 토착형 비리 근절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 의구심마저 들 지경이다.

'6.2 지방선거'를 40여일 앞둔 요즘 정·관계에는 '7당 6락'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해당 지역 국회의원으로부터 공천권을 얻기 위해서는 7억원 정도는 쥐어줘야 하고 6억원 주면 떨어진다는 말이다.

공천을 따내고 선거 운동 기간에 들어가는 각종 경비까지 더하면 10억을 훌쩍 넘는 돈을 써야 당선에 골인하는 셈이다.

이 같은 거액을 투입하고 '왕좌'에 오른 이후 본전 생각이 안나는 단체장이 과연 얼마나 될까.

감사원의 활약이 이번으로 끝날 것 같지 않은 이유다. 검찰 등 사정당국도 정신을 바싹 차려야 한다. 제도개혁도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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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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