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의 '날개없는 추락'..이유는

[아시아경제 안혜신 기자] 도요타의 날개 없는 추락이 지속되고 있다. 잠시 잠잠해지는 듯싶었던 도요타 리콜 사태는 최근까지 악화, 시에나와 GX460 등 새로운 모델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과거 '품질의 대명사'로 불리면서 일본을 대표하던 도요타가 아이러니하게도 품질 문제로 인해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리콜 사태 '일파만파' = 도요타 리콜 사태는 지난해 8월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일가족 4명을 태우고 가던 렉서스 ES350 바닥 매트가 가속 페달에 눌러 붙으면서 급발진 추정 사고를 일으켜 전원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것.

이어 9월 미국에서 380만대라는 사상 최대 규모 리콜을 실시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기 시작했다. 리콜규모는 불과 두 달 만인 11월 420만대로 늘어났으며 해를 넘긴 지난 1월에는 결국 리콜 대상 8개 모델의 미국 판매와 생산을 중단하기에 이른다.

이후 공격적인 인센티브 제도로 인해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는 듯싶었던 도요타는 지난 13일 미국 소비자전문지인 컨슈머리포트가 렉서스 GX460 차량에 전복사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사지 말아야 할 차량' 등급을 부여하면서 다시 한 번 수렁으로 빠져들었다.결국 도요타는 GX460 모델의 전 세계 판매 일시 중지는 물론 리콜을 실시하기로 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리콜에 들어간 도요타 차량은 800만대를 훌쩍 넘어선 상황이다.

◆ 무너지는 '품질의 대명사' = 도요타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가장 큰 이유는 도요타가 최근 몇 년간 해외 시장에서 경쟁업체들을 따라잡기 위해 급속도로 대형화됐다는 점이다.

도요타가 탄생시킨 신조어인 '도요타 방식(Toyota way)'은 철저히 품질을 기본으로 한 생산 방식이다. 이는 포드로 대표되던 기존 대량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제때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는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 개념을 바탕으로 한다. 이를 통해 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품질을 최상으로 유지, 도요타는 품질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도요타는 하루가 다르게 몸집을 키워나가면서 이러한 방식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생산 비용 절감은 필수적인 요인이 됐다.

이를 위한 가장 쉬운 방법으로 도요타는 해외 생산 제품의 아웃소싱 비중을 크게 늘렸다. 도요타의 아웃소싱 비중은 무려 60~70%로 이는 제너럴모터스(GM)의 아웃소싱 비중이 30~40%에 불과한 것과 매우 비교된다. 실제 이번에 급발진의 원인으로 지목된 가속페달도 도요타 자체 제작 부품이 아닌 미국 현지 부품업체인 CTS가 납품한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은 물론,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마켓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몸집을 급격히 불려나가면서 지나치게 방대해진 조직 또한 도요타의 해외 공장이 본사에 의해 완벽하게 통제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이처럼 늘어나는 아웃소싱 비용, 방대해진 조직 등은 도요타의 품질 경영이 과거처럼 진행되는 것을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이를 반영하듯, 커가는 몸집과 함께 도요타 차량의 리콜 규모도 차츰 늘어났다. 지난 2005년 238만대의 차량 리콜에 그쳤던 도요타는 지난해 8월 한 달 중국에서만 이것의 3분의1에 해당하는 70만대의 차량을 리콜 하는 등 품질 관리의 허점을 드러냈다.

◆ 추락하는 도요타에 날개 펼 수 있을까 = 이번 사태로 인해 도요타는 전례 없이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지난 3월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 순위 2위를 차지하는 등 피어나고 있던 회생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게 됐다.

사상 초유의 리콜과 1640만달러의 벌금, 그리고 무엇보다 그동안 쌓아온 품질이라는 명성에 대한 타격으로 도요타는 단기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마쯔이 요시키 요코하마 국립대학 교수는 "일본은 최고 품질이라는 명성 위에 브랜드를 세웠다"면서 "만약 기업이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눈 깜빡하는 사이에 이를 잃을 수 있다"고 최근 발생한 일련의 품질 문제를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도요타가 막대한 자금과 뛰어난 하이브리드 기술 등의 자원을 가지고 있다는 점 등을 놓고 볼 때 도요타의 몰락을 점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피터 소렌티노 헌팅턴 애셋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도요타가 현재 당면한 문제들을 잘 극복하기만 한다면 회사의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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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신 기자 ahnhye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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