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억대 '제3자 명의 CD' 유통 기소

[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분식회계와 횡령에 사용되는 '제3자 명의 양도성예금증서(CD)' 2700억원치를 만들어 유통한 사채업자와 알선업자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 제1부(부장 전현준)는 '제3자 명의 CD' 발행을 알선하고 돈을 챙긴 알선업자 26명, 매매를 중개한 금융기관 임직원 1명, 가짜 통장 등을 만든 위조업자 5명 등 66명을 찾아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5명을 구속기소하고, 12명을 불구속기소, 48명을 약식기소, 1명을 기소중지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검찰에 따르면 2008년 12월 알선업자 채모(56)씨는 건설시행사를 차리려는 김모씨에게 '제3자 명의 CD' 발행을 제안했다. 제3자 명의 CD란 발행 명의인이 실제 자금주와 다른 CD다.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과정에서 재력을 과장할 필요가 있었던 김씨는 신씨에게 1억원에 170만원의 수수료를 주고 100억원짜리 CD를 구해달라고 했다.

신씨는 그렇게 순식간에 수수로 1억7000만원을 챙긴 다음, 명동 사채업자 빌린 돈을 들고 모 은행 지점으로 달려가 96억8600만원을 입금하고 액면가 100억원의 CD를 발급받았다.

이후 신씨는 CD 복사본을 건설시행사업가 김씨에게 넘겨준 뒤, 원본 CD는 H증권사에 할인해 팔았고, H증권사는 수수료를 챙기고 자산운용사에 매도했다. 자산운용사 역시 만기에 CD를 은행에 넘기고 이자를 챙길 수 있었다. 신씨는 검찰에 적발되기 전까지 건설업체에 전화를 걸거나 팩스를 보내 '제3자 명의 CD' 발행을 알선했다. 2007년 6월부터 2009년 3월까지 신씨가 알선대가로 받은 돈은 12억6300여만원, 대상 기업은 62곳에 이른다.

연말 건설협회의 시공능력평가를 앞두고 자산을 부풀리려는 건설업자들이 주 고객이었다. 자산이 높을 수록 시공능력을 높이 평가 받은 큰 규모의 공사현장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신씨를 '특경가법상 알선수재'로 기소하면서 만성신장질환으로 혈액투석을 하는 점을 감안해 구속하지는 않았다.

횡령자금을 메우려고 '제3자 명의 CD'를 이용한 사례도 있었다. 모 제조업체 대표이사 우모(53)씨는 2006년 회삿돈 8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감추려고, 8억원치 CD를 구입해 유동성을 높인 것처럼 재무제표를 꾸몄다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걸려들었다.

검찰은 "2005년 금융감독원의 '제3자 명의 CD' 발행 전면 금지 지시에도 유통 당사자인 은행, 증권사, 발행의뢰업체, 알선업자, 사채업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계속 악용되고 있다"면서 "CD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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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기자 hju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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