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나들이①] "조선왕실문화의 보고, 우리 수장고는 보물창고"

정종수 국립고궁박물관 관장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문화 콘텐츠, 지식의 시대다. 이런 흐름 속에 박물관은 시민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전시, 보존의 기능 외에도 교육과 연구의 산실로 박물관은 깊이있는 전문성과 의미있는 대중성이 요구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전국 시, 도에 등록된 문화기반시설은 1741개다. 공공도서관, 박물관, 문예회관, 문화원으로 분류돼 있다. 이 중 박물관이 3분의 1인 579개나 된다.특히 서울시에만 총 97개가 박물관으로 등록돼 있을 정도로 박물관은 우리 주변에 많이 있다. 그러나 시민들과는 멀고, 학생들만이 가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이 적지 않게 퍼져 있다. 온오프 통합 미디어인 아시아경제신문은 보물창고와 다름없는 박물관을 우리의 친근한 이웃, 자주가는 명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관장과 학예사 등을 만나 박물관 이야기를 싣는다.<편집자>.


"조선왕실문화를 엿볼 수 있는 우리 박물관 수장고는 보물창고죠. 고궁박물관은 소장하고 있는 유물 4만3000여점 중 960여점만을 관람객들에게 공개하고 있는데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수장고에 보관된 4만2000여점은 해마다 30%이상 공개유물로 교체해 전시하고 있습니다"

정종수 국립고공박물관장(55.(사진)의 얘기다. 지난 7일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 이웃한 고궁박물관을 찾았을 때 정 관장은 "경복궁과 창경궁 등 조선시대의 궁궐들은 일부 집기들을 빼놓고는 전각, 즉 집만 덩그렇게 남아 있다"면서 "과거 왕실에서 썼던 각종 진귀하고 희귀한 물품들은 우리 국고궁박물관이 보관,전시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관장은 "조선시대 왕이나 왕비가 책봉될 때 쓰인 옥책이나 죽책 등 어책을 비롯해, 왕과 왕비의 존호가 새겨진 의례용 도장인 어보, 관청에서 쓰인 인장, 임금의 글씨, 가마, 복식, 종료제례를 보여주는 제기들이 보존돼 있다"면서 "박물관에 오면 반드시 어책을 살펴봐야하는데 이는 우리의 기록문화를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궁박물관은 올해부터는 처음으로 '문화달력'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이 달력에는 왕실태교, 교사들의 박물관 문화연수, 궁중음식 만들기, 대한제국 특별강연회, 베트남 황실유물 등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들이 들어 있다.

정 관장은 이에 대해 "시민들에게 미리 사업계획을 공개하면서 일에 추동력이 생기면서도, 관람객들에게는 정보제공에 편의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물관이 최근부터 깊이 연구하고 있는 주제는 '어보'.어보란 왕과 왕비가 썼던 도장으로 고궁박물관은 왕이 승하했을 때 신주와 함께 안치했던 전시용 도장들이 많이 있고,왕이 즉위했을 때 선왕에게서물려받은 옥쇄도 있다. 이전에는 관청의 도장인 관인, 궁궐 장식그림, 복식문화, 임금이 돌에 새긴 글씨인 각석들을 주로 연구했다.


정 관장이 박물관 소개프로그램을 만들고 새로운 연구를 하는 것은 그의 '호기심'과 무관하지 않다. 정 관장은 "나에게 화두는 늘 '왜'였다"면서 "학예사 지망생들은 보이는 것만 보지 말고 왜 이런 모양을 띠는지 유물하나를 볼때마다 궁금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궁박물관을 찾는 관람객들에게도 "처음가는 박물관에 대해 욕심부리지 말고 편하고 가볍게 관람을 즐기길 원한다"면서 "'왕실이란 곳에 이런게 있었구나'라고 느끼면 충분하다. 추후에 궁금한 점이 있을 때 다시 방문하면 된다"고 권했다.

정 관장은 내년이면 박물관 재직 30년째를 맞이한다. 대학에서 국사학을 전공하고 교사로 지내다 학예사 기능직 말단으로 입사해 지금껏 한 우물만 파왔다. 그는 민속박물관부터 춘천국립박물관, 중앙박물관을 거쳐 국립고궁박물관에 재직한 우리나라 박물관 역사의 산 증인이라고 해도 크게 지나치지 않다. 그는 장례문화와 풍수관계를 연구해 오면서 다수의 저서와 연구논문을 펴냈다.

정 관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지난 1993년 11월 성철스님의 다비식때 쓰인 1000여개점의 만장을 스님들께 부탁해 민속박물관에 보관하게 한 일"이라면서 "만장은 태우는 것이 관례였지만 시간이 지나 소중한 사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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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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