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기술정보(IT) 산업의 아웃소싱에 의지하던 인도가 대학과 금융시장 등 주요 시장을 개방하고 나서 주목된다.
금융위기로 선진국이 휘청거리면서 대형은행 등 아웃소싱의 주요 고객사들이 떨어져 나가면서 아웃소싱업계는 더욱 치열한 경쟁과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로 외국 기업들의 아웃소싱이 크게 줄어들자 국내 시장으로 '유턴'하는 자구책을 내놨으나 이는 장기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IT업계 역시 경제위기에 어려움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도의 주력 산업이었던 IT와 아웃소싱 업계가 타격을 입으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나선 것이다.
◆두 마리 토끼 잡는다 = 인도 정부는 대학 시장 개방을 통해 교육 시스템 개선과 해외 자금 유치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5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인도 의회는 내달 해외 대학들의 인도 내 캠퍼스 설립 허가 법안 표결에 들어간다. 대학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대학들의 인도 캠퍼스 설립을 허용한다는 것.카필 시발 인도 인력개발부 장관은 “대학 교육을 원하는 학생 수가 전체인구의 12%인 현 수준에서 30%로 늘어난다면 향후 10년 내로 800~1000개 대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도 정부가 최대 1000개의 새로운 대학 설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많은 글로벌 대학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인도는 11억을 넘어서는 전체 인구 가운데 30% 이상이 14세 이하로 향후 고등교육 기관 부족 현상은 악화될 전망이다. 인도 정부는 대학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해외 대학들을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인도는 지난 2000년부터 교육기관에 대한 해외 투자를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해외 대학들이 단기 직업 및 기술훈련 과정들을 운영하고 있지만, 학위를 수여하는 해외 교육기관 설립은 제한됐다.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앞으로 하버드대나 예일대 등 해외 대학들은 독자적으로 인도 진출이 가능해지며 학위 과정도 개설할 수 있게 된다.
대학뿐만 아니라 은행 산업의 문도 열었다. 스위스 금융업체 크레디트스위스는 인도 정부로부터 영업 인가를 받았다. 외국계 은행에 시장을 개방하고 외국인 직접 투자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것.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 2008년에 은행업 인가를 신청한 후 2년 만에 인가를 받으면서 인도에 지점을 열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앞서 호주뉴질랜드은행 역시 인도로부터 은행업 인가를 받은 바 있다.
이를 필두로 인도의 외국계 은행업 인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가 중국과 함께 금융위기 이후 높은 성장세를 보이면서 선진국들의 개방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업체들이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아시아 시장 확장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만큼 인도 시장 진출을 위한 압력도 이어질 전망이다.
◆中 고속성장에 자극 = 인도의 교육 및 금융 시장 개방,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미국 등 선진국들의 개방 압력과 중국의 빠른 성장에 따른 자극이 인도의 시장 개방을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식민지 시절 상품시장으로 전락했던 경험을 한 인도는 외국과의 교역을 제한하고 관세나 쿼터제 등을 통해 국내 산업에 치중하는 정책을 펼쳤다. 시장 개방에도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인도처럼 문을 걸어 잠갔던 중국이 개방정책을 통해 빠른 성장을 이뤄내면서 인도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은 제한해 왔던 외국인 금융투자 문을 서서히 열고 있으며 상극관계였던 대만과의 교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원자재 중심으로 해외 투자도 활발하게 하고 있는 상황.
최근 인도가 국부펀드 설립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도 중국의 의식한 변화로 풀이된다. 중국의 활발한 해외 자산 인수에 국부펀드가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기 때문. 인도는 중앙은행의 보수적인 성격 탓에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가운데 유일하게 국부펀드를 갖지 못한 국가다.
지난달 인도정부는 4년 내로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야심을 밝혔다. 현재 가장 빠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중국을 뛰어넘겠다는 것. 이 대목에서도 중국의 성장세가 인도를 자극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인도 정부는 오는 4월1일로 시작되는 이번 회계연도에 8.2%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는 또한 정부의 인프라 사업에도 해외 자본을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해 인도와 일본이 체결된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일본 업체들은 인도의 친환경 인프라 프로젝트 참여에 우선권을 갖고, 일본은 인도의 철도건설을 위해 4500억 엔 자금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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