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액주주가 뿔났다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단칸방 하나 얻기 위해 모아놓은 돈을 다 날리게 생겼다. 상장폐지가 될 정도로 문제가 많은 기업에 투자한 것은 내 잘못이지만 3년차 주주로서 권리행사 한번 해보지도 못했다. 이제 좌시하지 않겠다."

소액주주들이 뿔났다. 그동안 상장사들의 불법 및 편법 행위로 홀로 큰 손실을 감당해야했던 소액주주들이 "더이상 못참겠다"며 연대를 구성해 경영권 참여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소액주주들은 경제개혁연대, 네비스탁, 인터넷 주주연대 등 온오프라인를 통해 적게는 10여명에서 많게는 100명이 십시일반 지분을 모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기업의 경우, 이들이 최대주주로 등극했을 정도다. 문제가 있는 상장사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불만은 하루 이틀사이의 일이 아니다. 더욱이 지난 1999년 코스닥 시장이 개장된 이후 소액주주들과 갈등을 빚는 수는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관련분쟁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상반기 중 1203건의 분쟁이 발생, 2008년 상반기 대비 2배이상 큰 폭으로 증가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정작 소액주주들을 위한 제도적 안전판은 10년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 2004년 장하준 고려대 교수의 노력으로 마련된 '증권관련집단소송제도'가 관련제도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마저도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지속적으로 뜯어 고쳐져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적지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액주주들은 회사는 물론 제도에 대한 불신까지 쌓였고 결국 지분경쟁을 통한 '경영권 참여'라는 배수의 진을 치기 시작한 셈이다. 3월말은 주주총회 시즌이다. 문제가 된 상장사들을 포함해 오는 26일 500개의 상장사가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최소한의 안전판도 없이 '경영권 참여'를 선언한 소액주주들이 주주로서의 권리를 얼마나 되찾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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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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