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국 백신 프로젝트]"불황에 큰 거 한방" 경마장 가봤더니…

[아시아경제 김진우 기자, 김효진 기자]"오늘도 장난 아니겠구만."

지난 해 12월6일 오전 10시40분께 서울 지하철 4호선 경마공원역. 오이도행 전동차에서 사람들이 한꺼번에 빠져나와 경마장 입구로 빠른 걸음으로 나갔다. 이들은 너나 할 것없이 "종합지, 사인펜 포함 1000원"을 외치는 상인들에게 사설 경마예상지 한 권을 사들었다. '12월6일 일요일판'이라고 적힌 경마예상지였다. 하루에 전국에서 평균 100만여권이 팔린다는 '베스트 셀러'다.11시10분에 예정된 첫 경마 시작을 30분 가량 앞둬서인지 사람들의 발걸음은 매우 날렵했다. 이날 기온은 영하 6도까지 내려갔지만 사람들은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는듯했다. 두터운 점퍼로 무장한 이들은 뿌연 입김을 내뿜으며 일제히 경기장으로 향했다. 이들은 30~50대 남성이 주류였다.

경기도 과천경마장을 방문하는 이들이 하루 평균 2만5000여명. 이곳으로 흘러들어간 돈만 무려 지난 해 7조4000여억원. 1년에 열리는 1100경주 가운데서 불과 몇 차례 나오는 1000배 이상의 배당률 '대박'을 좇아서 몰려든 사람들이 쓴 돈이다.

사람들은 실제 경기가 열리는 건물에 들어가기에 앞서 한 손에는 경마표와 경마예상지를 들고, 한 손에는 발갛게 달아오른 담배 꽁초를 검지와 중지에 끼우고는 한 곳을 응시했다.

그 곳에서 만난 '초보 경마쟁이'라는 A씨(43ㆍ남)는 "잃은 돈 좀 찾아가려고 왔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자주 와요. 재밌다니까. 뭐, 자주 돈을 따는 편은 아니고…"라고 털어놨다.그는 평일ㆍ주말ㆍ휴일 가릴 것 없이 하루가 멀다 하고 경마장을 찾는 '꾼'들과 비교하면 자신은 '진짜 경마쟁이' 축에도 못든다고 했다. 그러나 그 역시 매주 경마장을 찾는 수많은 '꾼' 중에 한 명임이 드러났다."1주일에 한 두번씩 오는데, 오래 거르면 자꾸 오고싶고 좀 초조하기도 해요. 몸이 쑤실 때도 있고. 무엇보다도, 본전 생각이 자꾸 난다."

경기장 건물 안의 마권 발매소 근처 벤치는 이미 만석이었다. 대형 모니터에서는 경주마 소개와 함께 전문가 해설이 쉴 새 없이 방송됐다. "1경주 마권발매 마감 ○○분 전" 하는 안내방송이 시시각각 흘러나와 사람들을 재촉했다. 1층 관중석으로 나가자 입구계단에서 사람들이 초조한지 연신 줄담배를 피고 있었다.

B씨(39ㆍ남)는 "경마장 오는 사람들 태반이 돈 잃고 가는데, 그만큼 '누구누구가 얼마 땄다더라','꿈 잘 꿔서 딴다'는 식의 소문은 빨리 퍼져요. 나도 오늘 꿈이 괜찮아서 좀 많이 얹어(배팅해)봤다"고 말했다.

B씨는 최근 한 두달 사이 600만원 가량을 잃었다고 한다. 본전 생각에 본인도 모르게 발걸음을 경마장으로 옮겼다고 한다. 그는 "한 주에 3~4번 정도는 오지. 몇 백(만원)을 잃고 나니까 환장하겠더라. 친구들한테 몇 푼씩 빌리고, 통장도 좀 헐고 해서 가까스로 '자금' 마련한다"면서 "끊으려고 노력 많이 했는데, 어렵다. 본전만 찾으면 그만 두겠다"고 다짐했다.

B씨의 공허한 다짐이 끝나기도 전에 스피커에서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1,2 경주가 결빙으로 취소됐으니 환불 받으시기 바랍니다." 여기저기서 아쉬움의 탄식이 이어졌다. 그러나 자리를 뜨고 경마장을 떠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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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기자 bongo79@asiae.co.kr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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